[일본, 잃어버린 10년] ⑤ 무선인터넷으로 세계정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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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도쿄(東京)의 시바코엔(芝公園)옆 에이엠피엠 편의점. 3단 진열대에 컬러 화면을 갖춘 각양각색의 휴대폰이 40여대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 만난 여고생 아키야마 유코(秋山裕子.16)는 "새로 나온 NTT도코모의 'i애플리(appli)' 를 보러 나왔다" 며 "다른 휴대폰을 쓰고 있지만 해지하고 애플리에 가입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단일 무선인터넷 브랜드로 세계 최다의 가입자(11일 현재 1천9백11만여명)를 가진 NTT도코모의 i모드는 일본 IT의 얼굴이다.

"비싼 통신요금 때문에 웹 열풍에 합류하지 못한 일본인들에게 i모드 서비스는 인터넷 서핑 욕구를 일깨웠다" 고 사쿠라경제연구소 오노 아키라(小野 彰)e-커머스 실장은 말한다.

두 블록에 한 곳마다 NTT도코모.KDDI.J폰 등 휴대폰 서비스 업체 대리점이 있고, 편의점에서도 휴대폰 서비스 가입을 받을 정도로 폭넓은 판매 네트워크는 일본 무선인터넷의 열기를 짐작케 해준다.

지난 6일 도쿄 최대의 전자상가인 아키하바라(秋葉原)거리. 번쩍거리는 은색옷을 입은 i애플리 도우미가 "2만9천엔이면 애플리 단말기를 이용할 수 있다" 며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도코모가 지난달 26일부터 자바(JAVA)기술을 이용한 i애플리를 내놓고 벌이는 대대적인 판촉전의 일환이다.

응용소프트웨어의 파일 크기가 작은 자바는 게임.가라오케 같은 서비스는 물론 모바일 워드프로세서를 손쉽게 만들고 휴대폰으로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다.

공격적 해외진출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5일 실시한 신주청약에선 유럽과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이 각각 6대1, 3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대금은 98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미국 AT&T 와이어리스의 지분(7.4%)을 사는 데 쓸 예정이다. NTT도코모는 지난 한해 해외투자에 1조6천억엔 이상을 쏟아부었고 이탈리아.독일.네덜란드.벨기에에 i모드 서비스를 올해 안에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올 5월부턴 세계 최초로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서비스에 들어간다.

하지만 걸림돌도 있다. 일단은 보다폰이 26%, 브리티시텔레콤이 20%의 지분을 갖고 있는 J폰이나, KDDI의 공격으로부터 일본 본토를 지켜야 한다.

J폰의 릭 티몬스 영업기획부장은 "도코모가 3세대 서비스 준비에 정신이 없는 사이에 2세대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 고 말한다.

J폰은 3천자 길이의 일본어를 첨부할 수 있는 대용량 J-스카이 e-메일 서비스 등 참신한 서비스로 10대와 20대를 주로 공략해 해마다 시장점유율을 1~2%씩 늘리고 있다.

아직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머무르고 있는 일본식 콘텐츠도 세계화의 걸림돌. J폰의 사노 유카(佐野由香)는 "i모드와 J-스카이에서 가장 애용되는 서비스는 벨소리 다운로드와 캐릭터 서비스 정도" 라며 "e-커머스나 모바일 뱅킹의 비중은 미미하다" 고 말했다.

도쿄〓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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