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빙판길 운전 버스·승용차 협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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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2년 만에 내린 폭설로 지난 15일 서울 시내의 교통이 마비됐다.

평소 버스를 타면 금방 도착하곤 했던 당산동에서 아현동까지도 무려 1시간 이상 걸렸다. 미끄러운 빙판길에서 차들이 서로 얽히는가 하면 바퀴가 헛돌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탄 버스가 이대 근처에 접어들 때였다. 길이 미끄러워 버스의 바퀴가 헛돌기 시작하자 버스 뒤를 따르던 승용차의 운전자가 내리더니 차에 있는 밧줄을 꺼내 도와주는 것을 봤다.

기사 아저씨도 버스 뒷좌석에서 비상 모래주머니를 꺼내 차가 움직일 수 있도록 조치한 뒤 생각지도 않은 친절과 도움을 베푼 승용차 운전자에게 담배를 건네는 모습이 그렇게 흐뭇해 보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버스 옆에 있던 다른 차가 미끄러져 움직이지 못하자 버스기사가 모래주머니를 주면서 서로 도와 복잡한 상황을 정리해 나갔다.

눈 때문에 길이 막히고 시간이 지체되긴 했지만 서로 도우면서 양보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뿌듯했다. 모두가 남을 위해 작은 배려와 도움을 베풀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유혜숙.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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