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두뇌한국21' 요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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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게 다 사실이란 말입니까. 솔직히 믿을 수가 없어서…. "

'두뇌한국21' 사업 지원금이 멋대로 쓰이고 있다는 본지 보도가 나간 16일 아침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의 전화 첫마디다.

대학쪽 반응도 비슷했다. "문제의 소지는 다분하다" 면서도 "적어도 우리 대학만큼은 깨끗하다" 고들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에겐 이와는 다른 내용의 e-메일과 전화가 수십통 왔다. "기사에 나온 사례가 어쩌면 우리 대학과 똑같으냐. 우리 얘기를 취재해간 거냐" 고 묻거나 새로운 내용을 제보하는 것들이었다.

그중 실명을 밝히며 고발한 사례 몇가지.

"통장으로 매달 60만원이 입금되면 그중 15만원을 교수에게 상납한다. 교수가 '실험실 잡비가 필요하다' 며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교수만 알 뿐이다. 이런 식으로 세금을 낭비하는 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 (부산 모대학 BK21 사업단 대학원생 J씨)

"석사과정 동료 60여명이 지난해 여름 6주 일정으로 미국 대학들을 방문했다. 해외수업 참여가 목적이었다. 체제비를 뺀 수업료만 한사람당 2백만원. 지원금 1억2천만원이 들어간 셈이다.

그러나 우리가 참석한 건 학부 2~3년 대상 수업이었다. 방학 중이라 들을 만한 수준의 수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돈을 낸 건 아니었지만 기가 찼다. " (수도권 모대학 석사과정 K씨)

지방대의 한 교수는 "팸플릿 근사하게 만들어 외부인사 초청해 행사 한번 치르면 내용이야 어떻든 (교육인적자원부의)평가는 잘 나온다" 고 했다.

지방의 공대 K교수는 지난해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겪은 일을 전했다. "대회장엔 서울 모대학의 BK사업단 교수와 대학원생 10여명도 참석했다. 이들은 행사 내내 그냥 앉아만 있었다. 그러다 대회가 끝나자마자 여행가방을 챙겨 파타야(바닷가 관광지)로 떠났다. 월급을 쪼개 경비를 마련한 내 자신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다. "

현장은 이랬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사업에 쏟아붓는 1조4천억원의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책을 다듬어야 한다. 5년이나 남은 국가적 대형사업이 돈 나눠먹기 잔치로 끝나고 말아선 안될 일이다.

사회부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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