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길 막은 버스…조급증 뒷차 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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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전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해운대 방면으로 가는 특급 좌석버스에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화장실을 찾기 위해선지 차를 세우고 내려 청사 쪽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순간 차 뒤편에서 요란한 경적이 몇차례 울렸다.

일반 좌석버스가 도착했는데 손님들 승.하차가 불편했던 모양이다.

몇번 더 경적을 울려도 아무 반응이 없자 일반버스 기사가 우리가 탄 버스에 올라왔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버스를 난폭하게 몰아 네개의 차선을 순식간에 가로질러 반대편에 주차시키는 것이 아닌가.

승객들은 모두 깜짝 놀라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아저씨,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라고 따지는 나를 흘끔 쳐다보고는 휙 사라졌다.

물론 제 시간에 맞춰 버스를 운행해야 하는 기사들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관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납득할 수 없다.

만약 한국을 처음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무슨 납치극이라도 벌어지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랐을까. 또한 다른 차선에 차량이 갑자기 들어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겠는가.

내년에는 월드컵을 비롯해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지구촌 행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그러나 훌륭한 경기장과 첨단장비를 갖추는 게 전부는 아니다.

실종된 기초질서와 서비스 정신을 이제부터라도 빨리 되찾아야 한다.

이은상.부산시 북구 덕천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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