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중국 유맹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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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중국의 역사를 무뢰배와 건달, 깡패라는 창으로 들여다 본 책이다.

제목의 '유맹(流氓)' 은 요즘 중국어에서도 사용하는 '건달' , '부랑아' 의 뜻. 중국 사서에 등장하는 각 시대 유명한 건달들의 족적을 한껏 담았다.

『 중국 유맹사 』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요지는 이들 역사 속의 깡패들이 때로는 권력의 주류(主流)로 등장했으며 그렇지 않았던 경우라도 사회의 한 일각에서 뚜렷하게 자리매김했었다는 것.

한(漢)을 일으킨 유방(劉邦), 명(明)왕조를 세운 주원장(朱元璋) 등이 모두 유맹에 속하는 부류였으며 이들은 시대별로 여러 명칭을 얻어가며 '활약' 했다는 것이다.

사서의 수많은 기록을 채집하고 이를 재구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책은 분명히 '노작(勞作)' 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중국 문화를 들여다 보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인 '결사(結社 : 결국 폭력조직으로 발전하곤 한다)' 에 대해 평면적인 나열에 그치고 만 것은 이 책이 보여주는 뚜렷한 한계다.

홍콩.대만.중국에서 발호하고 있는 폭력조직의 사회사적인 의미나 국민당의 대륙 통치시기를 전후해 맹활약하는 청방(靑幇)과 정치권력의 관계 등 중국 문화의 이면을 들여다 보기 위한 분석 없이 '이 시대에는 이렇게 별난 유맹이 있었다' 는 식의 재미로 일관한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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