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미국 남북대화 후방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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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7일 "남북대화에 앞서는 미.북 접촉은 없으며, 북한이 미사일문제에 어떤 자세로 나오느냐가 중요하다" 고 한 것은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활발했던 미.북대화의 속도를 일단 늦출 것이라는 미 정부의 기조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우리 정부의 기조였던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해결 원칙' 을 지지하는 동시에 앞으로 신(新)남북대화 국면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한다.

정종욱(鄭鍾旭)아주대 교수는 "클린턴 행정부의 말기에는 조명록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부장관이 상호 방문하는 등 한국을 앞서 가는 느낌이 있었다" 면서 "따라서 이번 파월의 발언은 대북정책에 관한 미국정부의 상황변경을 내비친 것" 이라고 말했다.

한.미 외무장관 회담을 수행 중인 정부의 한 당국자도 "파월 장관의 발언은 남북대화가 우선이라는 점을 미국이 분명히 보여준 것" 이라며 "이에 따라 남북대화에 부담없이 임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 것" 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신남북대화 국면에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없지 않다.

鄭교수는 "미국의 외교안보팀 실무진의 구성이 완료된 후 북한의 과거핵.미사일 문제 등 각론이 논의되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동복(李東馥) 명지대 객원교수도 "파월 장관의 발언은 '미국의 이해관계에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국이 북한과 대화를 해보라' 는 원칙을 설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미사일문제에 어떤 자세로 나오느냐가 중요하다" 고 한 점은 북한의 대미(對美)접근의 조건과 함께 남북대화에 임하는 우리 정부가 지향해야 할 목표도 함께 제시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즉 북한이 미사일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제시하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북.미관계 진전은 늦춰질 것임을 분명하게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미관계의 진전이 남북관계 진전에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을 설득해 미사일문제 해결에 긍정적으로 나서게 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된 것" 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파월 장관은 한국의 대북 전력지원 문제에 깊이 있는 관심을 보였다" 면서 "이는 미국이 남북간의 전력대화도 북한의 미사일 문제와 연계시킬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 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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