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두뇌인력 이중국적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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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 정부는 해외 우수인력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이들이 귀국할 경우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봉급 등 수입의 해외송금을 허용하기로 했다.

중국의 최대 인터넷 사이트인 시나닷컴(新浪網) (http://www.sina.com)은 8일 "국무원이 최근 '해외 고급인력의 귀국을 고취하기 위한 의견에 관하여' 란 제목의 정책입안서를 확정하고 해외 우수인력의 귀국을 독려하고 나섰다" 고 보도했다.

이 정책입안서는 해외 우수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유학을 지지하고 귀국을 독려하며 자유왕래를 보장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국무원은 이 원칙에 따라 그동안 금지해 왔던 이중국적과 수입의 해외송금까지 허용키로 했다.

국무원이 확정한 정책 문건은 당 정치국과 전인대(全人大.국회에 해당)의 비준을 거쳐야 공식 발효되지만 주요 문건은 발표 이전에 주요 부처간 협의를 거치므로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사실상 정책으로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혜택 확대=정책입안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그동안 고위직에 임명하지 않았던 외국 국적자.영주권자에게도 국유기업.대학.연구소 등의 국장급 직책까지 오를 수 있도록 했다.

해외 우수인력이 외국 국적.영주권을 포기할 경우 정부기관.국책연구소의 대표직에도 임용할 방침이다.

귀국인사가 국제수준의 첨단과학연구를 주도해 왔거나 국가가 요청한 핵심연구를 수행키로 할 경우 귀국.정착.생활.연구 등 모든 분야에 걸친 비용을 전액 지원키로 했다.

◇ 대상=최우선 유치 대상은 군사와 관련된 첨단과학 분야와 금융.보험 분야에 종사하는 인재들이다. 국무원은 이들 가운데 국제금융기구.국제기구.저명 대학.연구소 등에 종사하고 있거나 뚜렷한 연구실적을 올린 사람들만 중점적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 배경=중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기초과학.군사.금융을 중국이 21세기의 '사활적 과제' 로 삼았음을 의미한다.

장쩌민(江澤民)주석은 지난해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21세기 발전연구회' 에서 "이제는 양(量)의 개념을 접고 질(質)을 높이기 위해 매진해야 할 때" 라고 강조했다.

주룽지(朱鎔基)총리가 최근 "21세기에는 기술을 가진 자만 살아남을 수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노예로 전락할 것" 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의 마지막 카드" 라며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추진, 국가간 경제전쟁의 격화 등이 정부의 위기감을 부채질한 것 같다" 고 말했다.

◇ 중국의 해외인력=현재 미국에서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중국인은 줄잡아 3천명에 이르며 미국 금융계에 진출한 인력도 약 5백여명으로 추산된다.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해외파로는 교육부장 천즈리(陳至立), 과학원 부원장 바이춘리(白春禮), 38세에 베이징대 부총장에 오른 천장량(陳章良) 등이 있다. 또 IT업계 경영진과 핵심인력들은 대부분 해외유학파들이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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