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대행 "북에 끌려간다 여론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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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민련 김종호(金宗鎬)총재권한대행은 8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우리 국민은 비방과 싸움으로 날을 지새우는 정치에 신물을 내고 있다" 고 정쟁(政爭)중단을 강조했다.

金대행의 민생 우선과 정치 복원 다짐은 앞서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민주당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의 발언과 같았다.

그만큼 민생 쪽으로 달려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똑같이 표출했다.

정쟁을 따갑게 바라보는 민심에 대한 이같은 부담은 "정치개혁 쪽으로 정치권을 몰아세우는 효과가 있다" 는 게 여야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경제회복과 부정부패방지기본법 제정 등 정책 경쟁의 긍정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국정상황을 보는 시각 차이로 인해 거친 정국 흐름이 풀리기는 힘들다. 李총재는 "DJ의 강한 정부.힘 있는 여당론은 검찰과 국세청을 동원해 야당과 언론을 장악하려는 것" 이라고 단정했다.

반면 민주당 한화갑 최고위원은 "야당이 정권의 실패와 국가 실패를 바라선 안된다" 며 야당의 발목잡기가 문제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金대행은 DJP공조 속에 자민련의 정체성을 대북관계에 대한 보수노선에서 찾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으로써 2여(與)공조의 불협화음마저 예고했다.

더구나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국가보안법 개정문제,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평가와 시각 차이는 안기부 자금수사와 맞물려 정국 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다.

◇ 자기 목소리 내기〓金대행의 발언은 자민련의 독자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金대행은 "국민이 북한에 대한 일방적 경제지원이나 대북협상에서 북한에 끌려가는 듯한 모습에 대해선 비판적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 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개정 불가 입장도 재천명했다.

연설 뒤 소속 의원들과 한 오찬에서 김종필 명예총재도 "우리 당이 보안법 문제만큼은 확실한 입장을 밝혔다" 며 만족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노사문제에 대해서도 "최근 4년간 노사분규로 생산차질이 8조원에 달했고 수출도 27억달러나 차질이 생겼다" 고 수치를 거론해가며 정부의 강경대응을 촉구했다.

안기부 자금 수사에 대해선 "가장 대표적인 정치부패 사례" 라는 한 문장으로 처리했고, 언론사 세무조사도 "언론사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지만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위축시키는 결과가 돼선 안된다" 고 하는 등 미묘한 사안에 대해선 원론적 입장 표명에 머물렀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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