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영남 이번엔 TV 종교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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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남의 눈치 안 보는 자유분방한 연예인. 가수 조영남(57)씨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런 그가 지난해말 출간한 신학연구서 『조영남, 예수의 샅바를 잡다』(나무와 숲)로 최근 TV방송사들의 '샅바' 를 잡았다.

그는 지난달 31일 EBS '정운영의 책으로 읽는 세상' (20일 오후 9시20분 방송)에 출연해 녹화를 했다. 6일엔 SBS '한선교.정은아의 좋은 아침' (9일 오전9시30분 방송)녹화를 끝냈다.

10일엔 SBS '생방송 행복찾기' 에 출연하고 13일엔 KBS1 '도올의 논어이야기' (16일 또는 23일 방송)에 나간다.

조씨는 1980년 미국 트리니티 신학대 졸업과 함께 목사 자격증을 받았다.

그는 '정운영의 …' 에서 거침없는 신학관을 드러냈다.

그의 책은 20년 전 소설가 조정래씨의 권유로 쓴 『한국 청년이 본 예수』의 내용을 새 관점에서 80% 정도 바꿨다. 정운영.조영남씨의 대화에선 진행자의 날카로움과 조씨의 종교적 진솔함이 조화를 이뤘다.

(장면1)정 : 예수를 한 인간으로 보느냐□ 조 : 그렇다. 사람들이 후에 신격화했다. 정 : (그런 말을 하면)목사 자격증을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니냐?

조 : 예수가 위대한 것은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조건없는 사랑' 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장면2)정 : 예수의 일생과 자신의 일생을 어떻게 보는가.

조 : 예수의 역사는 제자들의 배반의 역사이며 나의 '역사' 는 아내도 버리고, 애들도 버린 것이다. 나같은 사람이 돼선 곤란하다.

정 : 너무 자학하지 마라.

(장면3)정 : 쿠바 혁명을 이끈 체 게바라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 : 빨갱이라기보다 예수처럼 평생 남을 위해 살다 간 사람이다. 예수 이후 가장 예수의 삶에 가깝게 산 사람이다.

정 : 교단에 보안법이 있다면 걸리지 않겠는가?

조씨의 책을 낸 출판사에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민감한 내용이라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와 숲의 최헌걸 사장은 "보수적인 기독교단체 등에서 전화를 걸어와, 조씨를 속된 말로 '딴따라' 로 생각했는데 어려운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써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반응을 보여 오히려 놀랐다" 고 말했다.

조씨는 책에서 예수를 무당으로 표현했다. 예수는 '역사적' 무당으로 뛰어난 선지자였다는 것이다. 공자를 무당의 아들로 설명한 도올 김용옥씨가 '도올의 논어이야기' 에서 조씨를 만나 어떤 말을 주고받을지 궁금하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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