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음악계 '큰손' 은 쿠바출신 갑부 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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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로린 마젤(70)이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새 음악감독으로 결정된 배경에는 뉴욕 음악계를 좌우하는 '큰손' 의 힘이 작용했다는 게 음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큰손' 의 주인공은 쿠바 태생의 억만장자 펀드매니저인 알베르토 빌라(60).

그는 올해 초 로린 마젤과 함께 신예 지휘자 양성 프로그램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5백만달러(약 65억원)의 기금을 내놓았다.

지휘 콩쿠르 우승자는 4만5천달러(약 5천8백만원)의 상금과 함께 3년간 마젤의 지도를 받으면서 세계적인 지휘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빌라는 또 내년 뉴욕필하모닉이 무대에 올릴 베르디의 '레퀴엠' (지휘 리카르도 무티) 3회 공연에 드는 제작비 중 25만달러(약 3억2천5백만원)를 희사했다.

빌라는 혼자 사는 뉴욕 자택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천장에 걸려 있는 것과 똑같은 샹들리에를 걸 정도로 열렬한 오페라팬이다.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2천5백만달러(약 3백25억원), LA오페라에 1천5백만달러(약 1백95억원), 키로프오페라에 2천만달러(약 2백60억원), 런던 로열오페라에 1천7백만달러(약 2백21억원)의 제작비를 댔다.

이밖에도 카네기홀에 5백60만달러(약 72억8천만원),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6백만달러(약 78억원)를 지원한 것까지 모두 합하면 최근 몇년간 클래식 음악계에 약 1억5천만달러(약 1천5백90억원)를 투자한 셈이다.

그가 최근 뉴욕필하모닉에 관심을 보인 것은 자기가 존경하는 로린 마젤을 음악감독 자리에 앉히기 위한 포석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한다.

하지만 빌라측은 뉴욕필 지원이 특정 지휘자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게 꿈이었던 그는 쿠바에서 담배회사를 경영하던 아버지의 반대로 음악가의 길을 포기했다.

1970년대 말 아메린도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해 컴퓨터 산업 투자로 억만장자가 됐다.

매일 저녁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1층 맨 앞열의 왼쪽 자리(A101)를 예약해 두고 지휘자의 옆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것을 즐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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