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 D-4] 샤론, 20%P차 바라크 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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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6일 실시될 이스라엘 총선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아리엘 샤론 리쿠드당 당수의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투표를 나흘 앞둔 2일 발표된 갤럽 등 3개 여론조사에서 샤론 당수는 바라크 총리를 17~20%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현지 언론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바라크는 낙선할 것" 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강경파인 샤론이 집권하면 가뜩이나 전망이 불투명한 중동평화협상이 파국을 맞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샤론의 당선은 곧 재앙을 의미한다" 고 경고했다.

당초 바라크 총리는 지지율 열세로 인해 후보직을 시몬 페레스 전 총리에게 넘겨 줄 것으로 예상됐으나 선거법상 후보이양 시한인 1일 기자회견을 갖고 "끝까지 싸워 이길 것" 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로선 바라크가 어떤 수단을 쓴다 해도 샤론의 승리를 저지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만큼 중동평화협상에 매달려온 바라크 등 온건파의 인기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라크는 1999년 5월 취임 이후 인기 하락을 무릅쓰면서도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매듭짓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해 강경파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강경파들은 "평화정착을 위해선 예루살렘 일부를 팔레스타인에 양보할 수밖에 없다" 는 바라크의 주장을 "테러리스트들에게 평화를 구걸하면서 영토까지 내주는 격" 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힘에 의한 평화' 를 강조하는 매파 샤론이 강경파들의 지지를 얻고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샤론은 지난해 9월 동예루살렘 알 아크사 사원을 방문, 팔레스타인과의 유혈분쟁을 촉발시킨 장본인이자 19년 전엔 레바논을 침공, 팔레스타인 난민 8백여명을 학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당선하면 바라크 총리가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에서 양보한 모든 내용을 무효화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으며 오슬로 평화협상의 파기를 주장하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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