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치과의사모임' 불우노인들에게 틀니 제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2일 오후 경기도 포천군 내촌면 보건지소 2층 치과 진료실.

할아버지 두명이 입을 벌린 채 의자에 누워 있다. 이들 곁에서 치과 공중보건의 임지준(林志俊.30)씨와 포천군 보건소에서 지원 나온 고영일(高永一.29)씨가 30분째 치아 치료를 하고 틀니 모형을 뜨고 있다.

상냥한 미소를 머금은 여성 위생사 두명도 "조금만 참으세요" 라며 할아버지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병원에서 3년간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지난해 5월 이곳에 배치된 林씨. 그와 동료들은 불우 노인들에게 무료로 틀니를 해주며 보람을 느낀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틀니를 해넣지 못하는 노인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지난해 6월 이후 65세 이상 생활보호 대상 노인 14명에게 틀니를 해주었고 지금도 5명에게 시술 중이다. 틀니를 만들려면 2~3개월이 걸리며 적지 않은 치료비가 든다.

때문에 林씨는 처음 3개월 동안 서울의 한 치과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는 대학 후배 이춘근(李春根.28)씨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요즘은 高씨 등 포천군 보건소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 5명과 함께 봉사하고 있다.

치료에 드는 비용은 자신이 이 일을 위해 지난해 5월 대학동기.치과 개업의.대학교수 등 20명과 함께 결성한 '사랑의 치과의사모임' 에서 조달한다. 90만원씩 받는 자신의 월급에서도 일부 떼내고 있다.

최근 틀니를 해넣은 이영일(李英逸.70.내촌면 소학1리)씨는 "이가 대부분 빠져 5년째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는데 엄청난 치료비 때문에 틀니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며 "고마운 의사들의 도움으로 새 삶을 얻은 기분" 이라며 좋아했다.

불우 노인들에 대한 치과 의사들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음달부터는 전국적으로 이 일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벌써 공중보건의 50여명이 봉사대열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2년 동안 노인 1천명에게 틀니를 선물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www.dds1004.com)를 통해서도 '천사 캠페인' 을 벌여 후원자나 참가 희망 의사들을 모집하고 있다.

특히 오는 16일에는 서울대 치과병원에서 '사랑나누기 치과의사 모임(www.lovedds.org.대표운영위원 林昌潤 서울대 치의학과 교수)' 을 만들어 틀니뿐 아니라 구강암 치료나 언청이 수술 등 치과와 관련된 봉사활동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031-532-2592.

전익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