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와히드 탄핵 개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2대 금융 스캔들 연루 의혹을 받아온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탄핵이라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인도네시아 의회(DPR.5백석)는 1일 와히드가 조달청 기금 횡령과 브루나이 국왕 기부금 증발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회 특별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찬성 3백93, 반대 4의 압도적인 표차로 정식 채택한 데 이어 공식 해명 요구서의 발송을 결정했다. 이로써 대통령 탄핵절차가 개시됐다.

대통령 탄핵을 결정할 국민협의회(MPR.헌법 상 최고 권력기관) 특별총회를 해명 요구서와 관계없이 즉각 소집해야 한다는 주장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아미엔 라이스 MPR 의장은 이날 민영 SCTV와 회견에서 "현재의 불안한 정정과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해명 요구서를 발송하고 답변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며 "유혈사태 등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 총회를 긴급 소집해야 한다" 고 말했다.

◇ 보고서 채택〓의회 내 제1당인 인도네시아 민주투쟁당(PDIP.1백53석)은 이날 와히드가 소속된 국민각성당(PKB.51석) 소속 의원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제2당인 골카르당(1백20석).제3당인 연합개발당(PPP.58석) 및 소수 당인 개혁당(41석) 등과 제휴해 와히드에게 타격을 가했다. 해명 요구서 발송 여부는 이날 늦게까지 격론을 거쳤다.

PKB와 기독교 계열의 국민사랑당은 와히드의 결백과 특위 조사 결과의 원인무효를 주장했으나 와히드의 부패 의혹과 실정에 불만을 품은 반대파들의 연대를 깨지는 못했다.

◇ 대규모 시위〓의회의 결정이 이뤄지는 동안 의사당 밖에는 와히드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지지 시위대 등 1만여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부패한 와히드는 사퇴하라" "새로운 개혁운동에 나서자" 는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양측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날 의회 결정에 앞서 와히드 대통령은 각료회의를 소집했으나 메가와티는 불참했다. 마헨드라 법무.인권장관은 대통령궁에서 소집된 비상 각의에 앞서 와히드 대통령과 만나 "탄핵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 주장했다.

◇ 향후 절차〓공식 요구서가 발송되더라도 대통령이 곧바로 탄핵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해명 요구서가 발송되면 와히드 대통령은 1차로 3개월 안에 자신의 행위에 대해 의회에 출두해 해명해야 한다. 이에 응하지 않거나 제대로 해명을 못할 경우 의회는 또 한차례 1개월 시한의 해명 요구서를 보낼 수 있다.

4개월 동안 이런 절차를 통해 와히드의 결백이 입증되지 못하면 그는 DPR 의원과 지역대표(민선.1백30명).직능대표(대통령 임명.65명)로 구성된 MPR에서 탄핵될 수 있다.

장세정 기자(zh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