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공연 전단이 포켓형으로 바뀐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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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형 공연장 로비에는 공연 한두 달 전부터 타이틀과 출연자 프로필.프로그램 등 공연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전단이 놓인다. 이 전단의 크기가 요즘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A4용지(21×30㎝) 일색이던 것이 포켓형(10×21㎝)으로 바뀌고 있는 것.

구미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포켓형 전단은 일본식 A4 전단에 비해 인쇄비용이 20% 정도 비싸지만 휴대하기 간편한데다 정보량도 많고 우편 발송도 쉽다.

물론 비치공간도 절약된다. 여러 개의 공연을 엮은 기획 시리즈를 알리는데 안성맞춤이어서 주로 공연장에서 선호하는 편이다.

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LG아트센터.정동극장.금호아트홀.국립국악원 등이 1~3개월마다 자체 기획공연과 대관공연을 알리는 포켓형 소책자를 발행하고 있고 LG아트센터는 개관 이래 모든 기획공연을 포켓형 전단으로 홍보함으로써 참신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포켓형 전단 붐을 선도하고 있는 분야는 뮤지컬과 악극. 상연 기간이 비교적 긴 데다 등장인물도 많아 전단에 담을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A4나 4×6배판(18.5×25.5㎝)크기의 일본식 전단은 단발성 내한공연이나 개인 독주회 홍보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공연장 입구에서 A4 크기의 전단을 비닐봉지에 넣어주는 일본의 경우를 제외하면 유럽과 미국의 공연장.오케스트라.오페라에서는 포켓형 소책자로 시즌 일정을 알린다.

LG아트센터 공연기획팀 김주호 국장은 "외국에서는 단독 공연을 알리는 전단은 거의 없다" 며 "대부분의 공연이 기획사.오케스트라.공연장이 주최하는 기획 시리즈의 일환으로 열리기 때문에 포켓형 전단이 정착될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에서도 이같은 추세를 감안, 콘서트홀 보수가 끝나는 오는 3월 중순부터 로비에 포켓형 전단을 비치하는 박스형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포켓형 전단을 선호하는 관객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규모는 작아도 내실있는 공연을 기다리는 소망이 깃들여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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