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MD… 이래서 안된다] 2. 유럽-프랑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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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도널드 럼즈펠드를 국방장관으로 지명할 때부터 이미 강력한 메시지를 미 국민과 전세계에 전달했다.

럼즈펠드 장관이 1998년 제출한 보고서의 결론은 미국의 정보 체계는 신뢰할 만하지 못하며 일부 불량국가들의 기술 능력이 머지않아 미국 영토에 위협을 초래할 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일련의 강성 분위기는 99년 2월 미 의회가 거의 만장일치로 국가미사일방위(NMD)시스템의 배치를 승인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NMD 배치는 국가당 하나의 미사일 기지로 한정한 72년 탄도탄 요격미사일(ABM)조약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어서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유럽 국가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러시아는 미사일 방어망을 배제한 기존의 전략적 바탕을 수정하길 원치 않았고 중국 역시 자신의 핵억제력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유럽의 경우 지금까지 유럽을 관통해온 전략적 질서가 흔들리는데 불안해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왜 NMD인가. 사실 미국이 NMD에 집착하는 진정한 동기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NMD를 위한 현재의 기술력이 그다지 신뢰할 만하지 못한 데다 적성국가들이 관계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그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재래무기 또는 핵 보복력이 여전히 압도적인 위치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무엇 때문에 NMD 배치를 서두르는가.

NMD는 필요없는 반발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NMD가 근거도 없으며 실제적인 대상도 없이 현존하는 전략적 질서를 뒤흔드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NMD 배치가 이뤄진다면 역사는 그것을 국제정치 질서에 대한 반란으로 평가할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부시 대통령이 짊어지게 될 것이다.

<프랑수아 제레 전략연구재단(frs)연구실장>

정리〓이훈범 파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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