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외국 부품기업 유치 … 실제 계약 체결 1곳도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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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일 무역적자 해소와 국내 부품산업 경쟁력 강화를 주목적으로 2008년부터 추진해온 외국 부품기업 유치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2008~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외국 부품업체의 투자의향서(LOI)를 바탕으로 이들을 위한 전용 공단에 62건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월 현재 계약을 체결한 곳은 한 곳도 없으며, 양해각서(MOU)를 맺은 곳도 4곳뿐이다.

실제 유입된 투자금도 없다. LOI는 기업이 투자 의향을 밝힌 것이고, MOU는 당사자 간 합의사항을 정리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MOU가 한 단계 진전된 합의로 평가받는다. LOI·MOU 모두 계약과 같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한 외국 부품업체 전용 공단 조성 사업은 2008년 4월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당시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설치가 논의되면서 시작됐다.

대일 무역적자 해소와 국내 부품산업 경쟁력 제고 등이 목적이었다. 전용 공단에 입주하는 외국 기업에는 토지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국세 5년, 지방세 15년 감면 등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이후 2008년 12월과 2009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경북 구미와 포항, 전북 익산,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BJFEZ) 등 4곳을 전용 공단으로 지정했다. 지방자치단체·KOTRA 등과 함께 투자 유치 활동을 펼쳐 2008년에 이들 공단에 총 34건 8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2009년 7월에는 62건 15억 달러 유치(2008년분 포함, 일본 기업 30건 6억6000만 달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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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질적인 투자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23일 경상북도·익산시·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2월 현재 해당 지역의 전용 공단에 투자키로 계약한 외국 부품기업은 한 곳도 없다.

MOU를 교환한 곳도 4곳에 불과하다. 경상북도가 1개 기업, 익산시가 1개 기업,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 2개 기업이다. 경상북도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포항단지에 외국 기업과 한 건의 MOU를 맺었다”며 “최근 부시장 주재로 투자 유치 확대를 위한 회의를 여는 등 적극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투자 의향을 밝힌 업체가 투자 의사를 철회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정식 계약이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식경제부 정대진 투자유치과장은 “투자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당초 투자 의향을 밝혔던 일본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단지 조성 공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미는 단지 조성이 90% 정도 끝났고 포항·익산은 올해 중 마무리되며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내년에 단지 조성 공사가 끝난다”며 “단지 조성이 끝나면 투자 유치에 힘이 보태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이어 “그린필드 투자(신규 투자)는 일반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일본 기업들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인 만큼 미국·유럽 기업의 유치에 더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재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에서 해외로 나갈 부품 기업은 이미 상당수 나갔기 때문에 신규 투자 유치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저렴한 토지 공급·세제 혜택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인력 공급·언어 문제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진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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