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도 칩 이식하면 '광명' 찾을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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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14일 미국 시카고에서는 눈길을 끄는 발표가 있었다. 50년 동안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큰 글씨를 구분하고 컵과 칼 등을 구분해냈다. 2002년 망막에 마이크로칩을 이식받은 6명 가운데 한명이었다.

인공망막이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인공망막의 현실화 가능성이 꽤 크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3년 동안 2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600만불의 사나이'의 주인공이었던 '스티브 오스틴'이 실제 거리를 활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지난 6월에는 미국 남가주대 마크 후마윤 교수가 국내 학회를 통해 시력을 잃은 환자의 안구에 인공 시각전달장치를 연결, 물체가 움직이는 방향과 형태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인공망막은 광인식 활동이 부족한 망막색소상피 변성증(Retinitis Pigmentosa)에 의한 시각장애인을 도울 수 있다. 시각 신호를 잡아 전기 신호의 형태로 뇌에 전달하는 장치다. 손상된 망막 세포 대신 전극이 배열된 칩이 망막을 대신한다. 인공망막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망막에서 뇌까지 연결되는 신경세포는 반드시 살아있어야 한다.

우선 시각장애인의 안경에 있는 작은 비디오 카메라에 시각신호가 잡힌다. 이 신호는 마이크로컴퓨터로 처리돼 망막에 있는 칩으로 무선으로 보내지고, 칩에서 생성된 시각 정보는 신경세포를 타고 뇌에서 영상화되는 원리다.

이번에 발표된 칩은 16개의 전극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미국에서 동물실험 중인 칩은 50~100개의 전극으로 만들어졌다. 차세대 인공망막용 칩은 1000개의 전극으로 이뤄져 시각장애인들이 영상을 비교적 또렷이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TV외화 '스타트랙2'에 나오는 시각장애인 항해사 라포지가 스키 고글같은 안경을 쓰고 자유로이 활동하는 모습이 바로 인공망막의 미래상이다.

후마윤 교수는 "지금은 저해상도의 화면이지만 5년 안에 고해상도의 칩이 개발되면 시각장애인들이 TV를 감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공망막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의 아르곤 국립연구소는 이식되는 칩이 주위의 안구 조직과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극나노 결정 다이아몬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는 망막의 곡선 형태에 적합하도록 얇고 잘 휘는 이식 조직을 개발 중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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