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돈' 수사 중간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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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강삼재(姜三載).김기섭(金己燮)씨가 예산 전용 작업을 한 것은 분명한데 이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음직한 권영해(權寧海).이원종(李源宗)씨의 개입 확증이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

검찰은 權.李씨가 안기부 예산 전용에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본다. 관련자들로부터 진술도 상당히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검찰은 이같은 진술 이외에 이들을 사법처리할 만한 직접증거가 부족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1일 홍인길(洪仁吉)전 청와대 총무수석을 마지막으로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1차 조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의 수사 요지는 1995년 지방선거와 96년 총선을 앞두고 金전차장이 1천1백92억원의 안기부 예산을 횡령해 이중 9백40억원을 강삼재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에게 총선자금으로 전달했다는 것. 이 과정에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 관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姜전총장과 金전안기부차장은 총선자금 조달 방법 등을 협의했으며, 權전부장과 李전수석은 이같은 국고쓿?사실을 알고도 이를 사실상 묵인했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예산 전용을 주도했을 수도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인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 부자(父子)의 개입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어 수사가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속단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여기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0일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를 또 다시 강조한 것도 향후 수사의 파장을 쉽게 가늠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안기부장.집권당 사무총장.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1천억원대의 예산 횡령을 공모하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을 쉽게 수긍할 수 없기 때문이다.

YS의 지시나 묵인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당시 YS 차남 현철씨가 측근인 金전차장을 통해 국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역할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기섭.강삼재 두 사람이 범행을 주도했다고 보기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 고 말했다.

"수사과정에서 金전대통령이나 현철씨의 개입 혐의가 드러나면 모두 수사한다는 것이 원칙" 이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검찰에 소환된 YS 측근들이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있는 데다 金전대통령의 관련 여부를 부인하고 있어 마냥 '수사 확대' 만을 외칠 수 없는 것이 검찰 사정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현재로선 YS 부자가 조사 대상에 오를 공산이 작은 것 같으나 검찰 수사가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 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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