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정치 맥짚기] 의원들의 '이중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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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탁상공론을 막아준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 .

국회가 지난주에 16대 의원들의 겸직 현황을 발표하면서 '전문성' 과 '로비창구' 라는 겸직의원들의 이중적 이미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변호사.기업체 사장 등의 직함을 갖고 있는 의원이 1백9명. 전체의원의 약 40%다. 이중 42명이 이해(利害)관계가 얽힌 이른바 유관 상임위에 소속돼 있다.

법사위(15명)는 위원장(朴憲基.한나라당)을 포함해 변호사 겸직이 11명, 보건복지위에 의료.제약업 종사자 3명. 정무위.건교위.산자위에도 실제 기업을 경영하는 의원들이 다수 배치돼 있다.

지난해 12월 법사위에서 사법시험법(선발인원 관련)제정안을 놓고 파문이 일었다.

당시 변호사 출신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법상 거치도록 돼있는 공청회를 생략한 채 법무부 원안대로 통과시키려 했다.

그러나 변호사 출신이 아닌 민주당 조순형(趙舜衡)의원이 나서 "절차상 문제 있다" 고 지적해 제동이 걸렸다.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변호사 출신들의 단결력이 대단하다. 사시 선발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밥그릇 챙기기' 가 당론보다 앞선 것 같다" 고 꼬집었다.

보건복지위는 민감한 사안이 터지면 '누가 약사출신이냐' 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다.

지난 15대 국회에선 사립학교법(교육위), 변호사법.부가가치세(법사위)개정 작업 때 겸직의원들의 유관 상임위 배치가 '위험수위' 에 도달했다는 여론의 지적을 받았다.

반면 성균관대 김일영(金一榮.정치학)교수는 "전문성을 발휘한 사례보다 이익집단의 의사에 휘둘린 입법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고 말했고,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양세진(楊世鎭)간사는 "한 상임위에 유관의원이 50%를 넘지 않는 게 적정수준" 이라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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