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본 한국·호주 반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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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반세기 동안 묻혀 있던 한국 현대사의 단면들이 주한 호주대사관의 노력으로 빛을 보게 됐다.

호주대사관이 호주 개국 1백주년(26일)을 기념하기 위해 초기 한.호 외교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를 수집하다가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는 사진들을 대거 발굴한 것.

이 사진들은 1950년대와 60년대 초반 한국에 파견된 호주 외교관들이 40~50여년간 개인적으로 보관해오다 이번에 대사관측의 요청으로 내놓은 것들이다.

이 중 56년 당시 민의원 의장이자 대한올림픽위원회(KOC)위원장이던 이기붕(李起鵬)씨에게 대사급 외교관이던 해럴드 마셜이 멜버른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성금을 전달하는 사진은 국내엔 남아 있지 않아 KOC가 곧 문을 열 올림픽박물관에 기증해 달라고 요청했다.

호주와 우리나라가 서로 대사관을 열고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은 62년. 그러나 호주는 이미 47년에 유엔이 설치한 국제연합 한국임시위원단(UNTCOK)의 창립 멤버로 참여하면서 한국과 관계를 맺었다.

73년까지 유엔 한국임시위원단이 국제연합 한국위원회(UNCOK), 국제연합 한국통일부흥위원단(UNCURK)으로 변신을 거듭하는 동안 호주 정부는 외교관을 꾸준히 파견했고, 이들은 한국의 정치.사회 현실에 깊숙이 개입하는 한편 국제사회에 이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자료 발굴을 총괄한 조리카 매카시 부대사는 "대부분 생존해 있는 초기 주한 외교관들은 한국과 한국 국민을 지극히 사랑했다" 면서 "이들은 한국에 근무할 때 한국 국민들이 보다 민주적인 처우를 받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했다" 고 설명했다.

이들은 60년에 치러진 3.15 부정선거의 전말을 유엔 회의에 보고하고, 적극 개입할 것을 촉구하는 등 자유당 정권을 압박하는 한편 조언을 했었다고 대사관측은 밝혔다.

한편 호주대사관은 이 사진들과 초기 외교관들이 구술한 내용을 모아 올 연말께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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