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대형 주춤 실속형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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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새해 들어 아파트 분양시장에 변화의 움직임이 거세다.

상당수 업체가 분양가를 낮추고 공급 평형도 줄여 이익을 덜 내더라도 초기 분양률을 높이려 한다. 간판급 업체는 지난해보다 분양 물량을 줄이는 반면, 후발업체들은 되레 늘리고 있다.

◇ 실속형 평형으로 바꾼다〓그간 이익이 많은 큰 평형을 주로 공급하던 업체들이 20~40평형 위주로 분양계획을 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 용인. 최근 2~3년간 큰 평형 공급이 많았던 이곳에서는 올해 20~30평형대 아파트가 꽤 많이 선보일 것 같다.

LG건설은 오는 3월 수지읍 상현리에서 분양할 LG빌리지 1천34가구의 주력 평형을 34평형으로 잡았다. 이 회사는 수지읍에서 다섯차례에 걸쳐 5천여가구를 내놓았지만 30평형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3~4월께 용인 구성면에서 1천2백19가구를 분양하는 삼성물산 주택부문도 전체의 90% 가량을 25~39평형으로 정했다.

삼성은 그동안 용인에서 40~60평형대를 주로 분양해 왔다.

㈜신영 정춘보 사장은 "주택경기가 가라앉은 까닭 중 하나는 대형 평형이 너무 많이 공급된 때문" 이라며 "최근 들어 건설사.소비자 모두 이런 주택 과소비에서 벗어나 실속형으로 바뀌고 있다" 고 말했다.

◇ 분양가 거품도 빠진다〓지난해 하반기 이후 아파트 분양률이 낮아진 것은 경기침체 영향도 있지만 분양가가 너무 오른 것도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분양가를 낮추거나 지난해 수준으로 묶어 소비자들에게 가격 이점을 주려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LG는 3월에 용인 상현리에서 내놓을 예정인 아파트의 분양가를 평당 4백80만~5백만원 선으로 잡고 있다. 이미 공급한 LG빌리지 1~6차 아파트(평당 5백50만~6백30만원)보다 평당 50만~1백만원 가량을 내리기로 한 것.

포스코개발과 SK건설은 분당 신도시 정자동에서 올 봄에 분양할 주상복합아파트 평당가격을 7백90만원 안팎에서 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백궁역 일대에서 나온 주상복합 분양가격이 평당 9백만원을 웃돌았던 것에 비하면 1백만원 이상 낮춘 셈이다.

이 아파트의 분양을 맡은 ㈜MDM 문주현 대표는 "원가 요인을 줄여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 며 "분양을 앞둔 인근 주상복합아파트의 가격 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말했다.

◇ 중견.중소업체 공격 경영〓기존 대형업체들이 주춤한 사이 후발 및 중견업체들은 주택공급 물량을 늘릴 태세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보자는 의도다.

주택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지 2~3년밖에 되지 않는 롯데건설은 올해 재건축 사업을 중심으로 '롯데캐슬.낙천대' 아파트 1만5천여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5천4백57가구의 3배 가까운 물량이다.

중견 주택업체인 동문건설은 올해 서울 도봉구 창동과 경기도 파주시 교하면 등 7곳에서 30평형대 이하 중심으로 '동문굿모닝힐' 5천4백82가구를 분양한다. 지난해보다 3천여가구나 늘렸다.

지난해 아파트 공급을 거의 하지 않았던 월드건설도 올해 서울 강남.강서구와 경기도 수원시 등 16곳에서 5천12가구를 내놓는다. 이 회사는 대형 업체들이 꺼리는 중소형 단지의 재건축 등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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