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를 다지자] 19. 경기장 공짜손님 너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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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축구를 좋아하는 나는 안양 LG 치타스의 홈경기는 거의 모두 관람하고 있다.

그러던 중 1998년 10월 안양종합경기장 출입문에서 한 지역유지와 경기장 직원이 승강이를 벌이는 것을 목격했다.

"나야 나, 나 몰라"

"그래도 표를 끊으셔야지요. "

그 지역유지는 화를 내며 소리를 크게 질러 끝내 목적을 이뤘다. 그는 공짜로 입장하면서도 아마 재수가 없다고 투덜댔을 것이다.

호주머니를 털어 입장권을 구입하는 대다수 안양 시민 보기가 부끄러웠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었다.그래서 2년 전 안양시에 건의해 '경기장 공짜 손님 없애기 운동' 을 시작했고 나부터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었다.

표가 꼭 필요한 주위 사람에게는 경기 2~3일 전 표를 사 나눠줬다.

LG 치타스 구단에 따르면 99년 하루 평균 1만여 관중 가운데 5백~8백명에 달했던 공짜 손님이 지난 연말엔 2백~3백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고 한다.

공짜표는 안양종합경기장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역시 안양이 근거지인 프로농구 SBS스타즈의 농구 경기와 안양 빙상장의 한국아이스하키리그에서도 골칫거리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어떤 구단이 선수가족 등에게 보낼 초청장이 필요하면 아예 시즌 전 일정분을 확보한다고 한다. 그 분량에 해당하는 돈은 구단 수입금에서 공제한다.

스포츠 팬들이 5천원 남짓한 입장료를 아까워한다는 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 돈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특별한 사람' 으로 취급받고 싶은 심리가 더 큰 이유라고 본다.

줄서서 입장권을 사는 '별볼 일 없는 사람' 과 달리 자신은 특별대우를 받는 귀빈임을 과시하고 싶은 것일 게다.

하지만 그렇게 얻는 특별 대우야말로 '거품' 에 불과하다. 오히려 스스로 기초가 부실한 사람임을 드러내는 것 아닐까.

염상섭 <안양시체육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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