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돈 수사 YS 정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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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기부 예산 선거지원 사건과 관련, 검찰 수사가 19일 이원종(李源宗)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소환 조사를 계기로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소위 문민정부의 청와대 등 핵심세력으로 수사의 칼날이 겨눠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 운영차장과 안기부 직원 및 신한국당 실무자들에 대한 조사에서 李전수석의 개입혐의를 일부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식적으로 金전차장과 강삼재(姜三載) 당시 신한국당 선대본부장 두 사람간 협의로 9백40억원이라는 거액이 움직일 수 있느냐" 고 말해온 검찰이다.

1996년 총선 당시 안기부와 신한국당간 연결고리가 존재했을 것이라는 추론에서 나온 말이었다. 더구나 姜의원은 수차례 기자들과 만나 "안기부 돈을 받은 적이 없다" 고 공언해온 터다.

姜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누군가가 안기부 예산을 선거에 끌어오도록 안기부-신한국당간 조율사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게 바로 李전수석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李전수석이 선거 직전 姜의원과 서너 차례 접촉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또 최근 권영해(權寧海)전 안기부장의 소환 조사에서도 李전수석의 연루 의혹이 일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은 李전수석이 안기부 예산전용의 주역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지원사실은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김영삼(YS)전 대통령이 이같은 사실을 사전에 알았거나 지시했느냐 여부다.

李전수석은 검찰의 이같은 추궁에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모시고 있던 대통령에게 이같은 사실을 사후보고라도 하지 않았겠느냐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그럴 경우 어떤 식으로든 YS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수사팀의 분위기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과정에서 연루혐의자가 나올 경우 누구도 수사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고 천명해 왔다.

돈받은 정치인의 조사를 포기한 데 대한 비판에 수사팀은 심기가 상당히 불편한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의 강경기류가 구여권 실세들에 대한 조사 강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검찰 수뇌부의 결정 여하에 따라 정국은 또 한차례 소용돌이칠 개연성도 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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