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놓고 맞겨루는 수입차 CEO 인터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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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벤츠 자동차에 대해 자평해 달라.

"벤츠는 벤츠다. 자동차를 발명한 사람이 바로 벤츠고, 벤츠의 역사는 자동차의 역사다. 벤츠는 성능과 안정성, 평판도에서 다른 차와 비교할 수 없다. 벤츠를 모는 운전자들의 자부심은 다른 차 고객들의 그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것이다."

-명성에 비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벤츠가 고전하고 있다.

"판매대수만으로 다른 메이커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명차로 꼽히는 마이바흐를 출시하고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이미지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당장 시장에서 몇대가 팔리느냐 보다 고객의 신뢰를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국 시장에서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통계로 보면 벤츠의 판매량이 정체된 상황인데.

"수입차 업체들이 최근 할인이나 리스 등을 활용해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벤츠는 판매량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가격을 건드리는 판매정책은 절대로 동원하지 않는다. 좀 덜 팔린다고 가격을 낮추면 몇 달 전 혹은 며칠 전 구입한 고객들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의 돌풍이 거세다.

"혼다는 진출한 지 1년도 안돼 성공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도요타의 렉서스도 잘 팔린다지만 프리미엄급인 벤츠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아니다. 렉서스의 성공 여부도 3~5년 정도 더 지켜봐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일본차들의 선전이 프리미엄급의 잠재 고객들 일부를 잠식할 가능성은 있는 것 같다."

-국내에서 벤츠의 브랜드 이미지가 BMW나 렉서스보다 고답적으로 비치고 있는데.

"스포츠카 뉴 SLK를 출고한 후 젊은 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주문량이 밀릴 정도다. 2005년에는 보다 스포티하고 고급스러운 차를 새로 발표한다. 젊은이들이 꼭 갖고 싶어할 만한 차다. 최근 3개월간 펼친 브랜드 캠페인에서 고객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본사 차원에서 한국 시장의 판매량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벤츠는 지난해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본사에서 한국은 동남아시아권에 묶어 관리한다. 한국은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시장 중의 하나로 꼽힌다. 2002년 대비 판매량이 50% 이상 늘었다."

-BMW와 견줄 수 있는 벤츠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기술은 물론이고 수입차 업체 중 최고의 딜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벤츠 딜러는 올해 문을 연 곳이 많아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다."

-수입차 시장의 성장 속도와 비교하면 서비스 수준이 못 따라간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 서울에서 두 곳의 애프터서비스센터가 문을 연다. BMW의 24시간 서비스나 해피콜 등에 대응할 만한 서비스를 도입할 것이다. 본사에 정비인력을 파견해 16개월 코스의 전문인력도 양성하고 있다."

-그동안 근무한 일본.중국과 비교해 한국 수입차 시장의 특징은 무엇인가.

"한국은 이제 막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변화가 심하다. 그만큼 미래를 예측하기도 힘들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시장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급성장하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불안정한 시장이다."

-앞으로 한국 자동차 시장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한국 자동차업체의 생산비용 증가로 인해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수입하는 상황이 10년 안에 발생할 수도 있다. 수입차시장 역시 한국과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의 내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장정훈 기자

◆ 이보 마울 사장=독일 뮌헨대학을 졸업하고 1983년 메르세데스벤츠에 입사했다. 46세. 일본과 중국을 거쳐 본사에서 극동아시아권 판매 담당을 맡았다. 2003년 한국법인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주말이면 자전거로 서울 시내를 돌 정도로 자전거광이다. 일본 현지법인 대표로 근무할 당시 업무차 한국을 오가며 만난 한국인 부인과의 사이에 두 딸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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