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얼음장 정국에 '만델라식 해법' 제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대한민국 28위, 터키 29위 - . 2000년 9월 국제투명성기구(TI)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정치인 부패지수 순위다. 1위는 핀란드.

그리고 동토(凍土)의 2001년 1월 한국의 '정치 시계' 는 멎어 있다.

김영삼(金泳三)정권 시절에 있었던 '안기부 예산의 선거자금 유입 의혹 사건' 이 정치권의 발목을 꼭 붙들어 매고 있는 탓이다.

"올 2월까지 경제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 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약속도,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대처하겠다" 는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다짐도 공허하다. 원하든 아니든 정치 중단 사태의 한복판에 그들이 서 있기 때문이다.

다른 정치 지도자들도 끼어들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저쪽에서 까는 만큼 나도 까겠다" 며 'DJ 비자금'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김종필(金鍾泌)자민련 명예총재도 "내가 중앙정보부에 있을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 이라며 이회창 총재 쪽을 겨냥했다.

사회.경제적으로는 3년 만에 다시 실업자 1백만명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여야 간에 합의가 없으면 구조조정은 불가능하고, 나라 경제의 파탄은 불을 보는 듯하다" "상습적인 정치 중단 사태의 원인인 음성적인 정치자금의 흐름을 세계기준(글로벌 스탠더드)으로 관리해야 한다" 는 각계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박찬욱(朴贊郁.정치학) 서울대 교수는 안기부 예산의 선거자금 유출 사건과 관련해 "진상은 철저하게 규명하되 이와 관련된 정치 보복은 하지 않는다" 는 이른바 '만델라식' 과거 청산 해법을 제시한다.

정치 현실상 피해를 본 세력은 반격할 능력을 갖고 있고, 처벌하는 세력은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함성득(咸性得.대통령학) 고려대 교수는 "정치 지도자들이 '과거의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 깨끗하지만은 않았다' 는 고백성사를 하고, '경제 살리기에 전념한다' 는 대협약.대화해를 이뤄내야 한다" 고 말한다.

기획취재팀=전영기.최상연.김현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