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명성 속엔 우리 부품 숨어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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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세계 자동차업체 가운데에는 대단한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품질이 나빠 실패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도요타의 성공은 현장 작업자들을 끊임없이 훈련시켜 품질 좋은 차를 만든 것이 비결입니다."

일본 도요타 그룹 계열사인 덴소의 오카베 히로무(岡部弘.68) 회장이 서울모터쇼를 관람하기 위해 지난주 한국을 찾았다.

덴소는 세계 2위의 부품 회사다. 지난해 매출 28조원, 경상이익 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익이 현대차보다 많다. 도요타에 납품해 매출의 49%를 벌어들였고, 나머지는 혼다.닛산과 미국 자동차 '빅3(GM.포드.크라이슬러)' 등에서 올렸다. 그는 일본부품협회 회장 자격으로 방한했으며,삼성전자 수원공장도 둘러 봤다.

일본에서는 도요타 차를 PC에서 말하는 '인텔 인사이드' 처럼 '덴소 인사이드'라고 부른다. 도요타의 품질은 덴소가 뒷바침한다는 얘기다. 도요타 차의 에어컨과 전기장치 등 20~30%가 덴소 제품이다.

그는 부품업체의 경쟁력 요소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필요할 때 적기에 납품하는 것"을 꼽으면서 "이런 점이 도요타의 무(無)재고 시스템인 '저스트 인 타임(JIT)'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덴소가 세계적인 부품 회사가 된 것은 끊임없는 교육.훈련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덴소의 전 종업원이 국가기능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며,별도의 '덴소 기능 자격시험'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2000년 사장을 맡았을 때 일감이 줄어 수백명의 종업원이 남아 돌았지만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새로운 기능사 자격증을 따는 교육 훈련을 시켜 장기 고용을 유지했다.

오카베 회장은 "기업이 적자를 내고 도산하기 직전까지는 종업원을 해고해서는 안된다"며 "도요타 그룹 사장들은 모두 이런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덴소는 종업원의 97% 이상이 정년퇴직(관련사 전출 포함)을 하고 있다.

다음달에는 도요타 일가의 4세인 아키오(章男.48)가 도요타의 부사장에 오른다. 100년 이상 이어진 도요타 일가의 경영 참여에 대해 그는 "도요타 일가는 그룹의 결속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며 "도요타 쇼이치로(章一郞) 명예회장을 직원들이 존경하는 것이 한 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요타 일가라도 능력이 없으면 회사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원칙이 지켜져왔다"며 "오너 일가가 존경을 받으려면 인간적인 매력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대차의 수준에 대해 "미국 품질평가 기관에서 최고 등급을 받는 등 품질이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현대차보다 부품업체의 수준이 개선되야 한다"고 말했다.

오카베 회장은 나고야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1960년 덴소에 입사했다.99년 사장,2004년 회장에 올랐다. 덴소는 1976년 한국에 진출했다.현재 창원(덴소풍성전자)에 공장을,서울에 판매회사인 덴소코리아를 두고 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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