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 브루킹스연구소 ‘중국통’ 케네스 리버설 선임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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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을 계기로 미·중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20일(현지 시간) "갈등이 향후 수개월간 더 악화될 개연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자신감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에서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인 케네스 리버설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을 만났다. 미시간대 교수 출신인 리버설 박사는 클린턴 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냈다. 그는 현재 백악관 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인 제프리 베이더와 함께 오바마 정부의 대표적 중국 브레인으로 통한다.

-오바마가 중국의 반대를 무시하면서까지 달라이 라마를 만난 이유는 뭔가.

"오바마는 지난해 11월 방중전 달라이 라마를 만나지 않았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2010년 초 달라이 라마를 만나겠다는 사실을 알렸다. 면담은 갑작스레 일어난 게 아니다. 오바마가 오랫동안 지켜온 자신의 입장을 따른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이 미·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중국은 미국 대통령이 계속해서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것을 진심으로 우려한다. 그렇다 해도 중국의 흥분이 미·중간의 다른 중요한 이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다. 거대 강국들이 모든 이슈에서 뜻을 같이 하진 않는다. 다만 협조를 최대화하고 마찰을 최소화하는 게 성숙한 관계다.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후진타오 방미 계획이 취소될 수 있나.

"아니다. 후진타오 답방은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다. 일정은 2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4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 정상회의가 첫번째 기회다. 이 때 불참하면 6월엔 캐나다에서 G-20회담이 있다. 후진타오가 두 행사를 모두 참석하지 않는다면 달라이 라마 때문이 아니다. 더 중요하고 심각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차질이 빚어질까.

"북한은 굉장히 계산적이다. 미·중 갈등이 깊어지면 북한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 하는 데 이용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6자 회담이다. 북한은 복귀하기에 가장 유리하다는 판단이 설 때 회담에 복귀할 것이다. 내 생각에 북한은 아직 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

-미·중 갈등이 양국의 국내정치 탓이란 견해에 동의하나.

"모든 나라의 국내정치는 외교정책에 영향을 준다. 미·중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미국의 국내정치 현안은 과거보다 더 복잡하다. 경제 회복이 더디고 불확실한데다 중간선거까지 앞뒀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 달라이 라마나 대만 무기판매 때문이 아니라 경제·통상 탓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경제·통상 분야에서 국내적으로 큰 압력을 받고 있다"

-오바마의 대중 정책을 어떻게 보나.

"지난해 오바마는 글로벌 이슈를 미·중 관계의 주요 현안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미·중 관계는 그동안 양국 이슈나 중국 주변국 이슈에 집중했다. 글로벌 이슈는 유엔 안보리에서 다뤘다. 오바마는 중국의 역할과 영향력이 이젠 아시아를 넘어섰다고 보았다. 그래서 중국과 경제위기, 핵 확산, 기후 변화 등의 글로벌 이슈를 논의했다.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중국은 자신들이 글로벌 이슈에서 갑작스레 주도권을 쥔 것에 스스로 놀라고 있다"

-보수 쪽에선 오바마가 중국에게 지나치게 저자세라고 비판하는데.

"미국 보수파는 오바마가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비판할 사람들이다. 그들의 관점에서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이 되면 안된다. 오바마가 잘하는 것도 있지만 이 부분에선 부족하다는 식이 아니다. 그래서 그들의 비판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양국관계는 어떨까.

"미·중이 글로벌 이슈에 효과적으로 협력하면 두 나라는 큰 기둥이 될 것이다. 반대라면 미·중 갈등이 커진다. 올해 글로벌 이슈는 핵 확산과 경제위기다. 핵 확산의 최고 쟁점은 이란이다. 중국은 유엔의 제재 범위와 강도를 약화시키려 나설 가능성이 크다. 만약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면 오바마는 중국을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데 걸림돌로 볼 것이다. 두번째는 경제위기다. 중국은 걸핏하면 미국의 보호주의 장벽을 비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미국 시장이 더 열려 있다. 게다가 중국은 최근 보호주의 정책을 채택했다. 미국도 중국도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점이 위기를 만들 수 있다"

-오바마와 후진타오는 "동반자 협력"을 선언했다. 그런데 왜 이런 갈등이 생기나.

"양국은 주요 글로벌 강국이다. 미국은 오래된 글로벌 파워고 중국은 떠오르는 글로벌 파워다. 양국은 문화적, 정치적으로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다. 국익 차이도 있다. 갈등이 없을 수 없다. 문제는 갈등 속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다. 그런 점에서 올해와 내년이 중요하다. 2012년 미국은 대선이 있고 중국 리더쉽도 큰 변화가 온다. 내년 중에 미·중 지도자는 상호신뢰를 높이고 협력을 증진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실제로 G2 시대가 열렸다고 보나.
"미국의 어떤 관리도 미·중 관계를 G2로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그 용어는 피터슨 연구소에서 처음 나왔는데 미국 내에선 사용되지 않는 개념이다. 중국은 이 말을 아주 좋아하지만 G2 개념을 받아들인 적은 없다. 내 생각엔 잘못된 개념이고 정치적으로 비효과적 개념이다.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는 데 미·중은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글로벌 이슈도 미·중 협력만으로 해결되진 않는다. 다른 나라의 협력이 필요하다. 결국 글로벌 이슈의 결과를 미·중이 좌지우지한다는 게 G2 개념이라면 G2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G2 개념은 다른 나라의 협력를 끌어내는 데 비효과적이다"

-최근 미·중 갈등이 신냉전의 출발이라고 보는 견해를 어떻게 생각하나.

"어리석은 생각이다. 지금 세상은 냉전 세상과 다르다. 그 때는 소련이 소비에트 블록을 지배했다. 미국의 동맹국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컸다. 소련과는 경제적으로 오고 가는 게 없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거대한 무역 파트너다. 미국은 중국이 모든 글로벌 기구에 참여하기를 원한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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