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디 밴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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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왜 인디 밴드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TV를 켜면 쉽게 볼 수 있는 오버그라운드 혹은 주류(댄스)그룹과 인디 밴드는 어떻게 다른가' 에 대한 답과 거의 같다.

인디 밴드와 주류 그룹을 가르는 결정적인 단어는 바로 '자생력' 이다.

인디 밴드들은(그 수준은 밴드마다 천차만별이지만)연주.노래.작사.작곡.프로듀싱 실력까지 갖추고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 부른다.

반면 대부분의 주류 그룹은 노래를 만들거나 악기를 연주할 능력도 없고, 심지어(라이브로는)노래조차 제대로 못하는 멤버로 구성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로듀서들이 춤 잘추고 예쁘장한 젊은이들을 모아 전문 작곡가와 악기 연주자들의 도움으로 음반을 만든 뒤, 라이브 공연보다(립싱크 위주의)TV 쇼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고(점점 막대한 제작비를 쓰고 있는)화려한 뮤직비디오 위주로 활동한다.

따라서 인디 밴드들이 적은 돈으로(배고프고, 각종 매체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을 참을 수 있는 한)밴드를 유지하며, 라이브 공연을 통해 날이 갈수록 음악적 역량을 쌓아갈 수 있는 반면, 주류 그룹들은 프로듀서들이 효용이 없다고 판단해 해산하는, 즉 버리는 그 순간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물론 음악적 발전은 없다.

이 비교만으로도 한국 대중음악 발전을 위해 인디 밴드가 탄탄한 밑거름으로 기여하는 바는 명백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인디 밴드의 주류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중파 방송사-메이저 기획사-거대 도매상의 먹이사슬로 똘똘 뭉친 마피아' 의 거대한 벽이 결정적이지만, 인디 밴드 혹은 인디 레이블의 오류도 있다.

상당수 인디 밴드들이 '우리는 인디' 라는 의식의 벽에 갇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한국적인 음악을 개발하기보다는 자기 만족적인 음악으로 치달은 게 사실이다.

또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보다 다양한 전략을 개발하는데 게을렀다는 지적도 공감할 만 하다.

인디 밴드들은 지금 소멸과 부활의 기로에 서 있다. 그들이 부활할 수 있느냐에 한국 대중음악의 발전 여부가 달려 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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