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는 '회사원 노벨상 수상자' 다나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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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샐러리맨으로 2002년도 노벨 화학상을 받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일본의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45.사진)가 21일 첫 방한을 앞두고 한국 초청자 측을 당황하게 했다. 노벨상 수상자로서의 '특별대우'를 일절 사양해 스케줄을 부랴부랴 다시 짜야 했기 때문이다.

초청기관은 대한화학회로 21, 22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학술발표회에 다나카가 기조강연을 하도록 되어 있다.

학회 측은 노벨상 수상자 예우를 하기 위해 특급호텔인 신라호텔에 숙소와 식당을 예약했다. 학회 회장단 숙소로는 이보다 한 단계 급이 낮은 호텔을 잡아놓은 상태였다.

그러자 다나카는 이런 사실을 알고 회장단이 묵는 숙소로 옮겨줄 것과 호텔이 아닌 일반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대한화학회 이순보 회장은 "고집을 꺾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숙소를 다시 바꾸고 식당도 중문단지의 한 식당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다나카는 왕복 여비 이외 일체의 초청비를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초청하려면 왕복 여비는 물론 별도로 1000만~2000만원의 돈을 주는 것이 관례였다.

또 학회 측은 다나카가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을 것이며, 기조강연 뒤에도 전공 이외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알려와 고민에 빠졌다. 당초 다나카 초청을 계기로 학회 행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화학분석장비 업체인 시마즈제작소에 근무하던 다나카는 노벨상 수상 직후인 2002년 11월 주임에서 이사 대우로 파격 승진시키려는 회사 측의 배려를 극구 사양해 부장급에 머물렀었다. 그러다 올 8월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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