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이적 파문과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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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은 이제 거침이 없다" 고 민주당의 한 당직자가 10일 말했다.

金대통령은 의원 세명의 자민련 당적이동으로 여론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지 11일 만인 이날 또다시 국회 예결위원장인 장재식(張在植)의원을 보냈다.

더구나 金대통령은 11일 연두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다.

청와대측은 지난번 이적(移籍)파동 때와 달리 "張의원의 이적은 金대통령의 구상에 따른 포석" 이라는 점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민련과의 확실한 공조체제 구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 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8일 저녁 金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JP)자민련명예총재의 이른바 DJP회동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金대통령은 자신의 정국 구상대로 밀고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고 민주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회동에서 JP가 교섭단체 구성을 도와달라고 요청해 金대통령의 약속을 받아냈다는 것. 민주당 내에서는 "의원이적에 대한 여론이 너무 나쁘다" 는 이유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지만 金대통령은 "우리가 교섭단체를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으니 지켜야 한다며 강행 쪽을 선택한 것" 이라고 이 당직자는 덧붙였다.

金대통령의 이런 자세는 최근 언급해온 '강한 대통령, 힘있는 여권(與圈)론' 과 관계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말했다.

"정부가 안정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인상을 줘야 주가도 오르고 경제개혁도 가능하다" 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JP로부터 '임기 말까지' 확실한 공조를 약속받고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안기부 예산의 선거비 전용사건 처리는 강경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참모는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부총재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도 한 이유" 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과되건 되지 않건 표결처리를 강행할 것" 이라고 결연한 태도를 보였다. '2여(與)거야(巨野)' 속 '제2의 DJP공조' 에 대한 첫 시험대로 삼겠다는 의지다.

이달 말쯤으로 예상되는 개각 등 향후 金대통령의 국정쇄신 구상을 예정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도 자민련을 먼저 안정시켜야 한다는 게 여권의 판단이다.

더구나 자민련의 재정상황이 악화돼 국고지원금이 절실하고, 지난 연말부터는 교섭단체에만 할당되는 국회 내 사무실을 비우라고 독촉받는 '세입자' 처지가 됐다.

따라서 안기부 예산전용 사건 등으로 여야가 가파르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현안을 매듭짓고 넘어가자는 것이 여권의 판단이었다고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의원의 자민련행이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제2의 강창희(姜昌熙)사건이 나지 않도록 자민련 내 JP의 장악력을 높여야 공조가 흔들리지 않는다" 는 것이다.

다만 "의원 설득이 어려운 데다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이 급해 張의원만 발표한 것 같다" 고 그는 말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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