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투자은행들 철저한 실적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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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뛰어난 분석력과 마케팅 능력을 바탕으로 23명의 전문가가 성공적인 채권 발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해 국내 한 공기업의 10억달러 규모 유로 본드 발행에 주간사로 참여한 유럽계 투자은행의 제안서 문구다. 이 제안서는 투자은행의 프로젝트별 팀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우선 팀 자체가 글로벌 시스템이다. 런던의 글로벌 헤드가 총 책임을 맡고 런던.홍콩.서울의 이사급 관리자가 기업금융팀.자본시장팀.판매팀 등을 이끈다.

근무지는 홍콩.런던.서울.뉴욕 등으로 나뉘어 있지만 주간사로 선정된 4월 말부터 리서치 발간(9월 중순), 로드쇼(9월 말), 청약 및 배정(10월 초)까지 일사불란하게 이뤄내는 비결은 축적된 경험과 첨단 전산시스템에 있다.

과장급 이하 실무진들은 주당 평균 80~1백시간을 일한다. 토요일.일요일도 따로 없다. 이사.부장급은 투자가와 기업을 방문하며 프로젝트를 조율하는 업무가 추가된다.

6개월이 채 안되는 기간 중 일한 대가로 받은 보수는 최소한 발행 총액의 2% 수준인 2천만달러(2백50억원). 1인당 10억원이 넘는다.

투자은행의 높은 수익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보수는 철저하게 성과를 따라간다.

헤드헌팅업체 볼트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평균 22세의 대졸 신입사원은 입사 첫해 4만5천~5만5천달러의 연봉과 3만달러의 보너스를 받는다.

MBA과정을 졸업한 과장급 직원도 1년차 연봉 8만달러, 첫 6개월 보너스 2만5천달러에 무이자 대출 등 모두 13만달러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뱅커' 로 인정받는 부장급이나 이사로 올라가면 연봉도 껑충 뛴다. 보너스를 합한 연봉이 각각 50만달러와 1백만달러를 넘는 경우가 다반사다.

1999년 UBS 워버그의 전신인 워버그 딜론 리드는 샐러먼 스미스 바니에서 보건부문 전문가인 벤저민 로렐로를 스카우트하며 5년간 7천만달러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건 스탠리 딘워터는 최근 보다폰-에어터치의 합병 등 M&A(기업 인수.합병)실적이 뛰어났던 런던지사 직원 50명에게 1인당 20억원씩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볼트닷컴의 금융기관 담당자 크리스 프라이어는 "능력이 뛰어난 투자은행가는 메이저리그 스타 못지 않은 대우를 받는다" 며 "열심히 일하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단순함이 높은 생산성의 비결" 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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