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내신 등급 더 쪼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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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에 있는 사립대 수시를 보게 했는데 떨어졌다. 그 학생이 수능을 본 뒤 정시로 더 좋은 대학에 갔다. 지방 학생에게 수시모집은 불리하다."

"수시 1학기는 폐지해달라. 수시 2학기도 발표를 수능 이후에 해줬으면 좋겠다. 수시모집 때문에 고교 교육과정이 엉망이다."

"대학이 평어(수우미양가) 대신 석차백분율을 반영하도록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권장해 달라."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3층 대회의실.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을 보완하기 위해 열린 간담회에서 일선 교장.교사가 쏟아낸 말이다. 3년여 뒤 실시될 새 대입제도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지만 최근 논란이 된 내신 부풀리기가 먼저 토론주제가 됐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서 고교 교장 1명과 진학지도 교사 1명씩 총 32명이 참석한 간담회는 당초 예정된 두시간을 훌쩍 넘겨 세 시간가량 진행됐다.

내신 부풀리기와 관련, 적지않은 교장.교사는 "내신 부풀리기가 있기는 하지만 언론 보도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지방의 한 교사는 "우리 학교의 평균점수는 73점 정도"라면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다소 멍한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일선 교장.교사는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수시 1학기를 폐지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수시모집에서 내신을 바탕으로 학생을 뽑기보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08학년도 개선안에서 내놓은 수능과 내신 9등급제에 대해서는 "등급을 더 세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 근거로 교사들은 지방의 소규모 학교를 예로 들었다. 한 계열이 20명인 학교의 경우 1등급(4% 이내)에 속하는 학생이 없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수능의 경우 전국의 수험생이 60만명이라고 가정할 때 1등부터 2만4000등까지 같은 등급에 속하는 데 이 아이들의 능력을 평가하려면 결국 본고사 유형의 구술.면접고사가 등장하지 않겠느냐"면서 "등급을 좀더 촘촘하게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내신을 매기는 시험을 국가가 문제은행식으로 출제해 사용하거나, 전국 단위로 실시되는 모의고사 성적을 내신에 반영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일부 교장.교사는 "수시모집과 내신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 학년도 대입 개선안을 미리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개선안은 특목고나 비평준화 고교에 불리한 점이 많은 만큼 당초 예정보다 미리 실시할 경우 심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교장.교사들이 "최근 일부 언론에 '내신 부풀리기와 관련해 학교장을 문책한다'는 기사가 났는데 사실이냐"고 따져 묻자 교육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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