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열정·인성교육조차 교사가 학원강사에 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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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들은 학교 교사보다 학원 강사가 더 잘 가르치고 입시 준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은 또 의사 소통이나 인성 교육도 학원 강사가 낫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결과는 18일 본지가 입수한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고교생 학업 생활과 문화 연구 조사’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KEDI는 지난해 6월 전국 107개 고교생 1만300여 명 중 사교육을 받았다고 밝힌 6600명을 대상으로 교사·강사의 ▶교과 전문성 ▶수업 충실성 ▶인성 교육 등 14개 항목(7점 만점)에 대한 인식조사를 해 최근 보고서를 내놨다. 그 결과 모든 항목에서 강사가 교사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수업에 대한 열의’ 평가에서 학원 강사는 평균 5.01점을 받아 교사(4.32점)를 앞섰다. 과목 전문성과 수업을 충실히 하는지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학원 강사가 더 우수하다고 응답했다. 수업 만족도 역시 학원 강사가 교사에 비해 1점 이상 높았다. 입시정책의 변화를 수업에 잘 반영하는지와 관련해 학원 강사는 5점을, 교사는 4.02점을 받았다. 특히 학생의 의견을 존중하는지, 마음은 잘 이해하는지를 묻는 항목에서도 학원 강사의 점수가 교사보다 1점 이상 높았다.

연구 책임자인 최상근 KEDI 연구실장은 “학업과 인성 등에서 학원 강사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교사들이 자극을 받아야 하는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중앙대 이성호(교육학) 교수는 “강사들은 학생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지만 교사들은 그렇지 않다”며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교사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수업은 물론 학생지도, 행정업무가 많은 교사를 학원 강사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비판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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