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우라늄탄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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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고지역에 평화유지군으로 참전했던 병사들이 최근 잇따라 암과 백혈병으로 사망하자 이들의 사인(死因)이 당시 미 공군이 발사한 열화우라늄탄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유럽 전역에 파문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유고지역에 수만발의 열화우라늄탄을 무차별 발사한 미군의 도덕성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동맹국간에 마찰 조짐까지 일고 있다.

가장 흥분하고 있는 나라는 6만명의 병사와 5천5백명의 자원봉사자를 파견한 이탈리아다.

유고지역에 파견했던 병사 6명이 최근 백혈병으로 사망하자 줄리아노 아마토 총리는 지난 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 우라늄탄의 인체 위해성 여부를 즉각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참전 병사 4명이 현재 백혈병을 앓고 있는 프랑스는 미국을 직접 비난하고 나섰다.

알랭 리샤르 프랑스 국방장관은 "미국은 보스니아와 코소보 전쟁 때 발사한 우라늄탄에서 방사능 누출이 있었는지를 공개하라" 고 촉구했다.

지난해 10월 유고 파견 병사 한 명이 백혈병으로 사망한 데 이어 현재 또다른 한 명이 암으로 치료받고 있는 스페인도 이 지역에 파견했던 병사 3만2천명 모두 검진키로 했다.

이밖에 독일.핀란드.포르투갈.터키.그리스.벨기에 등 유고지역에 병사를 파견한 거의 모든 국가가 파견 병사들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하면서 NATO측에 우라늄탄과 관련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사태가 확산하자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집행위원장은 "우라늄탄이 인체에 조금이라도 유해하다면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며 자체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U가 NATO의 군사문제에 대해 조사하기로 한 것은 처음이다.

미 공군은 1994~95년 보스니아 지역에 1만발, 99년 코소보 지역에 3만1천발의 우라늄탄을 발사했다고 NATO측은 밝히고 있다.

열화우라늄탄은 탱크.장갑차 등을 파괴하기 위해 강철보다 세배나 무거운 열화우라늄으로 탄심을 강화한 탄환으로 미세한 방사능을 띠고 있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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