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숙자 유골 택배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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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일본에서는 사망한 노숙자들의 유골을 가족에게 직접 보내주는 택배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

사회복지재단들이 숨진 노숙자 시신을 화장한 후 정성껏 포장해 가장 가까운 친척을 찾아 유골을 배달하는 것.

사회복지사들은 그동안 돌보는 사람 없이 혼자 임종을 맞은 노숙자들의 시신 처리를 놓고 골머리를 앓았지만 최근 이같은 택배 서비스가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숙자들 대부분은 단지 가족과 연락이 끊긴 것뿐만이 아니라 죽기 오래 전부터 아예 가족들로부터 외면당한 처지에 놓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사망 소식을 알려도 아무도 시신을 수습하러 오지 않는다. 장례비 부담은 고사하고 유골을 찾으러 오는 경우도 드물 정도다.

그래서 복지재단은 아예 가족 집 문앞까지 배달하는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이다. 유골 택배가 처음 시작된 것은 15년 전이다.

당시 한 복지재단 관계자가 숨진 노숙자의 유족을 수소문한 끝에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어렵게 가족을 찾았지만 유일한 혈육인 어머니마저 복지재단에 수용돼 있어 할 수 없이 배달을 했다.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이뤄졌던 유골 배달이 거품경제가 무너지면서 아예 일반화했다.

경제사정이 악화하자 죽은 사람 처리에 돈을 쓸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사회복지재단인 도쿄(東京)복지회는 한해에만 2천여건의 화장을 하는데 그 가운데 80%가 병에 걸려 병원이나 복지재단에 옮겨져 사망한 노숙자들이다. 화장한 시신 가운데 배달은 한달에 대여섯번 정도 이뤄진다.

배달료는 수고비조로 2천엔(2만원)을 받지만 만약 친척들이 유골의 인수마저 거부하면 재단 납골당에 안치한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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