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 조세형씨 일본서 알수없는 범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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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년 전 출소, 새 삶을 다짐했던 왕년의 대도(大盜) 조세형(趙世衡.63.사진)씨가 일본에서 절도를 하려다 경찰관의 총을 맞고 붙잡힌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청은 5일 "趙씨가 지난해 11월 도쿄(東京)의 주택에 침입, 손목시계 등을 훔치려다 구속됐다" 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趙씨는 그달 24일 낮 일본 최고급 주택가인 도쿄도(東京都)시부야(澁谷)구 쇼토(松濤)의 주택과 아파트 네곳에 들어가 손목시계.라디오 등을 훔치고, 출동한 경찰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주거침입 및 공무집행방해 등)를 받고 있다.

趙씨는 빈집에 들어가는 모습이 주민에게 목격돼 신고를 받고 들이닥친 일본 경찰관에게 칼을 휘두르다 권총에 오른쪽 어깨를 맞아 전치 3개월의 부상을 입었다. 그는 현재 구치소에 수감돼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趙씨는 붙잡힌 직후 자신을 "밀항해온 제주도 서귀포 출신의 고양빈(高陽彬)" 이라고 밝혔으나 지난달 일본 인터폴의 지문 및 사진 확인을 의뢰받은 경찰청 확인 결과 4일 조세형 임이 드러났다.

출국일은 지난해 11월 17일. 부유층만 골라 털어 '대도' 라는 별명을 얻은 趙씨가 16년 수감생활을 마치고 석방된 것은 1998년 11월. 이후 그는 범죄예방연구소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하며 신앙활동과 불우한 사람 돕기에 전념해왔다.

이번 출국도 일본 노숙자 갱생자립회에서 강연을 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음달이면 1999년 결혼해 뒤늦게 얻은 아들의 첫돌이어서 그의 범행은 뜻밖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趙씨와 함께 범죄예방연구소에서 일해온 '명 수사반장' 최중락(崔重洛.70)씨로부터 5일 아침 소식을 전해 들은 趙씨의 아내 李모씨는 "남편이 그럴리 없다. 변호사를 선임해 일본에 가겠다" 고 울먹였다.

崔씨 역시 "趙씨가 출소 후 사회에 대한 불만 등을 얘기한 적이 없고 수입도 넉넉한 편이었다" 며 "이해할 수 없는 일" 이라고 허탈해 했다.

趙씨는 에스원에서 1백5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고 매달 신앙 강연료 등으로 수백만원을 벌었으며 이 돈을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부인 李씨가 자동차 부품 판매업을 해 수입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趙씨의 한 주변 사람은 "최근 趙씨가 일본에서 사업 제의를 받았으며 그래서 목돈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고 말했다.

趙씨의 이번 범행이 과거 그의 절도방식과 다르다는 것도 의문을 자아낸다.

그는 과거 수감 시절 "국가 위신을 위해 외국인 집은 털지 않는다" "드라이버만 갖고 다닐 뿐 절대 흉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고 말했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이 사실이라면 그의 새삶을 축복해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린 일" 이라며 "외국에 나가 흉기까지 휘두른 것은 석연찮은 미스터리" 라고 씁쓸해 했다.

강주안.홍주연 기자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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