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미당선생 혹평 자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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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故)서정주 선생이 돌아가신 뒤 여러 글에서 미당선생에 대한 혹평을 접했다.

생전의 친일 행적을 잊지 않고 살펴야 할 필요는 있지만 지나친 혹평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미당은 생전에 과거의 과오로 인한 고난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한번도 회피하지 않았다.

1994년에는 유언장과 같은 참회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똑같이 친일행각을 보였으나 민족의 지성이라며 동상까지 세워놓고 있는 어떤 이들이 참회의 글귀를 남겼다는 얘기를 나는 듣지 못했다.

파벌을 형성하지 않으며 문단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미당의 발자취는 허위가 섞인 개량주의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뇌가 녹아 있는 업적이다.

이제는 미당을 과거의 과오에서 놓아주고 동천으로 가시도록 기원했으면 한다.

김상헌.동국대 국어교육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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