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부총재 "당 오늘 살고 내일 죽을순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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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민련 강창희(55)부총재가 4일 지도부의 애원을 끝내 외면했다.

기자회견에서 국회 교섭단체 등록 서류에 서명거부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그는 '17+3' 방식의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자민련의 정체성(正體性)을 상실케 하고, 민주당에 예속된다" 는 반대 논리를 내세우면서 "우리 당을 죽음으로 내모는 해당 행위"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태의 큰 책임은 무리하게 입당시킨 민주당에 있지만 자민련 실체를 인정하지 않은 한나라당에도 책임이 있다" 고 균형을 유지하려 했다. 그는 다음주에 이회창 총재를 만나 국회법 개정 협조를 부탁하겠다고 말했다. '승부수' 를 던진 때문인지 결의에 찬 표정으로 답변했다.

- 등록 날인을 왜 거부하나.

"정도를 벗어난 방법엔 찬성할 수 없다고 한 그대로다. "

- 사무처 당직자들이 반발하는데.

"나도 사무총장을 두번이나 해 그들의 어려움을 잘 안다. 제일 괴로웠던 부분이다. 하지만 오늘 살고 내일 당이 무참하게 소멸되는 것보다 떳떳이 명분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 김종필 명예총재와는 연락이 없었나.

"없었다. 나중에 뵐 기회가 있으면 이런 생각을 전하겠다."

- 민주당과의 공조에 반대하나.

"공동정부는 1997년 후보 단일화 협약에 의한 내각제를 전제로 한 공조였다. 교섭단체는 별개다. "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그는 "당의 출당(黜黨)조치가 있으면 받아들이겠다" 고 말했다.

◇ 누구인가〓대전고.육사(25기.중령 예편)를 나왔으며 80년 5.17 뒤 하나회 출신들이 민정당으로 정계에 입문할 때 함께 들어갔다. 37세 때 총리비서실장을 지냈고 11대 때 전국구 의원이 됐다.

12대부터 대전에서 출마해 13대만 빼고 당선해 군 출신으로는 드문 5선. 13대 낙선자 시절 지역구 밑바닥을 누비며 자생력을 키웠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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