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곧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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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반쯤 물건너갔던 중동 평화에 다시 청신호가 켜졌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2일(현지시간)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만나 미국의 최종 중재안을 조건부로 수용할 뜻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으며 협상 전망이 밝아졌다고 뉴욕 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제이크 시워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클린턴 대통령이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로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면서 "두 지도자가 일부 조항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원칙에는 합의했으므로 의견차이를 좁히는 것이 남은 과제" 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회담에서 앞으로 12일 동안 협상을 진행할 것을 제안했고 아라파트 수반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길라드 셰르 총리실장을 4일 워싱턴으로 보냈으며, 그는 미 고위관리들과 만나 팔레스타인측의 입장을 놓고 최종 절충을 벌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클린턴의 끈질긴 중재 노력과 아라파트.바라크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클린턴은 재임 8년간 중동 평화협상 타결을 외교적 치적으로 남기려고 많은 공을 들여왔다.

그가 지난해 12월 23일 내놓은 평화 중재안은 임기가 오는 20일로 끝나는 그로서는 마지막 승부수였다.

중재안의 골자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 전체와 가자지구의 95% 및 동예루살렘의 아랍인 거주지역(알아크사 사원 포함)에 대한 주권을 넘겨주는 대신 팔레스타인은 난민 3백70만명의 이스라엘 이주권을 양보하라는 것이다.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돼 온 영토와 난민 이주권을 서로 하나씩 양보하라는 취지였다.

바라크 총리는 이미 "팔레스타인이 이 안을 받아들이면 수용하겠다" 고 천명한 바 있다.

이번에 아라파트도 원칙에 찬성함으로써 클린턴의 작전은 일단 성공한 셈이다.

현재 바라크와 아라파트는 모두 초읽기에 몰려 있다.

바라크는 다음달 6일로 예정된 총리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중동 평화협상을 타결지어야 한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바라크의 승리는 거의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아라파트의 입장에선 조지 W 부시 차기 미국 대통령보다 클린턴을 상대하는 게 훨씬 낫다.

또 협상결렬로 차기 이스라엘 총리에 바라크 대신 우익 리쿠드당의 아리엘 샤론 당수가 당선되면 차기 협상은 거의 물건너가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분위기는 템플마운트(아랍명 하람 알 샤리프)의 알아크사사원에 대한 주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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