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군 농민들 출하량 줄이려 수확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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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진도군의 농민들이 2, 3일 잇따라 대파 밭을 트랙터로 갈아엎고 나섰다.

진도지역은 3천1백여㏊에 대파를 재배, 전국 대파 재배면적의 20%를 차지하는 곳이다. 겨울철에는 전국에서 거래되는 대파의 70% 가량이 이 곳에서 생산될 정도다.

지난 2일 진도읍 신흥리에서 서모(45)씨가 1천5백평에 심은 대파를 폐기하는 등 이틀간 40여 농가가 1만평의 대파 밭을 갈아엎었다.

외국산 건파(건조된 파) 수입과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둔화, 과잉 생산 등으로 가격이 폭락하자 출하량을 조절하기 위해 고육책으로 재배 중인 대파의 수확을 포기한 것.

주로 밭떼기로 거래되는 대파 가격은 현재 평당 1천8백~2천5백원 수준으로 어느해보다 낮다. 1년 전 5천~6천원의 절반도 안된다.

진도군 농업기술센터가 자체 조사한 생산비인 평당 3천5백원(자가 노력비 포함)에도 훨씬 못미치는 실정이다.

진도군 농민회는 출하 물량을 줄이기 위해 농민들의 자율 참여를 독려해 이달 중순까지 재배면적의 10%를 갈아 엎을 계획이다.

계약 재배면적이 전체 면적의 4%에 불과해 농민들의 타격이 더욱 크다.

진도군 농민회 곽길성 사무국장은 "애써 심고 가꾼 농작물을 폐기해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이 오죽하겠느냐 "며 "대파 밭을 갈아엎는 데는 고통 분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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