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2001…끝나지 않은 복고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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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는 미래의 의상은 과연 어떤 걸까. 차갑고 매끈한 금속성의 느낌이 21세기 패션의 흐름을 주도하지는 않을까. 보다 우주적이고, 보다 더 낯선 느낌이어야 첨단 테크놀로지 시대의 패션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이런 상상으로 2001년 패션 경향을 전망했다면 '당신은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라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 같다.

세계 유명 컬렉션을 비롯, 서울.SFFA 컬렉션 등 한 걸음 앞서간 패션계의 동향을 분석해볼 때, 올해 패션의 흐름은 한마디로 '1980년대 스타일의 화려한 부활' 로 요약된다.

***화려한 프린트.넓은 어깨선.잘록한 허리….

한편으로는 마돈나와 보이 조지를 연상할 수 있는 1980년대의 패션이지만 섹시함은 살리되 다소 천박하게 보일 수 있는 요소는 모두 배제한 것이 특징이다.

대담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여성스럽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보다는 성숙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이 올해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스타일의 부활은 이미 몇해 전부터 패션계에 강하게 불고 있는 복고풍의 맥락 위에 있다.

우선 이번 겨울 패션만 하더라도 40~60년대 풍이 크게 눈에 띄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무릎 길이의 스커트, 그 아래 받쳐 신은 롱부츠, 프릴이 달린 블라우스와 중간 길이의 단순하게 디자인된 코트 등이 현재 멋쟁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본래 군용 코트로 만들어졌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널리 인기를 모은 더플 코트의 인기도 이번 겨울 패션의 특징 중 하나. 낯익어 새롭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친근한 느낌을 주는 것들을 매만져 고급스러운 것으로 재탄생한 옷들이 주도하는 패션계 흐름이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증거다.

세계 각국 패션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인터패션플래닝의 이경희 정보기획팀장은 "테크놀로지가 발달할수록 상대적으로 인간적인 감성에 대한 갈증은 높아지게 마련" 이라며 "밝은 베이지와 오렌지 색상, 그리고 회색이 섞인 따스한 톤의 카키 등 자연스럽고 온정이 느껴지는 색상과 스타일이 인기를 얻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컬렉션 디렉터 한영아씨는 "미래적인 컨셉트가 패션계를 주도한 것은 오히려 90년대 초.중반이었다" 면서 "올해엔 오히려 고급스럽고 고전적인 스타일이 젊은층에 더 새롭고 참신한 것으로 어필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여성 패션브랜드 '크림' 의 유영주 디자인실장은 "지난해 여성복이 우아함을 살리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여기에 섹시함과 긴장감을 더해준 것이 달라진 점" 이라며 "어깨 패드 등으로 어깨의 각을 살리고, 허리라인을 강조한 의상이 올해 눈에 많이 띌 것" 이라고 말했다.

풍성한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플레어 스커트나 주름 스커트도 올해 사랑받을 의상 아이템이다.

'비키' 의 홍은주 디자인실장은 "풍성한 소매.허리를 조여주는 재킷, 허리 아래부터 풍성하게 퍼지는 스커트 등이 인기를 얻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상의 변화는 두꺼운 벨트를 비롯해 다양한 벨트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으며, 꽃모양 코사지 등의 인기도 되살려놓을 전망이다.

올해 패션에서 두드러질 또하나의 특징은 '흑과 백의 조화' 다.

올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을 비롯, 국내의 디자이너들이 한결같이 흑과 백에 다시 주목했다는데 이견이 없다.

'베스티벨리' 의 정소영 디자인실장은 "봄철엔 늘 유행하는 파스텔 톤에서 한 단계 벗어나 흑과 백으로 이루어지는 심플한 컬러 대비가 시선을 끌 것" 이라며 "흑과 백은 전체 의상에 각각 사용되기보다는 콤비네이션으로 대비효과를 낼 것" 이라고 말했다.

의상의 변화는 결국 머리 모양도 바꿔놓는다. 비달 사순은 올봄 유행 스타일로 '비대칭형 스타일' 을 제안해놓은 상태. 헤어디자이너들은 '올해 머리 길이가 지난해보다 짧아질 것' 이라고 예견한다.

헤어디자이너 박수정(헤어커뮤니티 장피엘 원장)씨는 "올해는 생머리지만 자연스러운 느낌을 강조해 층이 진 중간 길이 머리가 인기를 모을 것" 이라며 "요란한 염색보다는 회색이 섞인 갈색 혹은 자연스러운 갈색이 강세를 보일 것" 으로 내다봤다.

이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