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틴틴] 암탉 깃털에 얽힌 소문의 진실은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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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한병호 그림, 계수나무, 8500원
소문은 말 그대로 전해 들은 얘기다. 그러나 막연한 소문이 검증된 사실보다 오히려 위력적일 때가 많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일 경우 소문은 빠르게 전파되고 부풀려진다. 어린 시절 누군가 장난으로 쓴 낙서가 한 사람 두 사람의 입을 거쳐가며 부풀려지고 마침내 기정사실화되던 일을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요즘 일어나는 일에 비하면 애교에 가깝다. 인터넷 시대의 소문은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 그리고 그 소문은 이름모를 수백만의 입과 손을 거쳐 가공돼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동화의 아버지’안데르센의 『정말이야!』는 이런 소문의 위험성을 일깨우는 우화다. 거의 2세기전에 쓰여진 우화지만 오히려 요즘 더 들어맞는다. 소문의 진원은 어느 날 암탉의 몸에서 막 떨어져 나온 깃털 하나였다.

이것이 부엉이를 거치며 “암탉이 수탉에게 날씬해 보이려 털을 죄다 뽑았다”는 이야기로 변한다. 소문은 비둘기·박쥐 등을 거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마침내 “다섯 마리의 암탉이 수탉에 잘 보이려 털을 뽑았고 서로 싸우다 죽었다”는 전혀 다른 소문으로 변한다. 소문은 돌고돌아 주인공 암탉에게 알려졌고 그는 자신의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신문사에까지 제보한다.

과장·왜곡된 정보가 공공연하게 상품으로 포장돼 유통되는 시대다. 지금도 사이버 세계에서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명예훼손이 벌어진다. 정보화 시대를 부르짖기 전에 우선 아이들에게 잘못된 정보의 위험성을 알려주고, 제대로 된 정보를 가려내는 방법을 가르쳐야 할 때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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