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죄’ 씻기엔 너무 더러운 갠지스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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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힌두교 축제인 ‘쿰 멜라’에 참가한 순례객들이 11일(현지시간) 갠지스강에서 몸을 씻고 있다. [하르드와르 로이터=뉴시스]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의 하르드와르.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원한 갠지스강이 처음 힌두스탄 평야로 흘러드는 곳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곳에 100만 명 이상의 힌두교도들이 몰려들었다. 4월 28일까지 계속되는 힌두교 최대의 순례축제 ‘쿰 멜라’에 참가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강물에 죄가 씻겨나가 윤회의 업에서 벗어나길 기원하며, 차가운 갠지스강에 몸을 담갔다. 순례객들 주위엔 경찰 수천 명이 배치됐다. 폐쇄회로TV(CCTV)와 금속탐지기도 설치됐다. 테러 위험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17일 “순례객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테러가 아니라 오염된) 갠지스강 그 자체였다”고 보도했다.

중앙오염통제위원회에 따르면 인도의 생활·산업 폐수 중 31%만이 정수 과정을 거친다. 나머지는 그대로 강·바다 등으로 배출된다. 그나마 있는 정수 시설도 운영 인력·자금 부족으로 멈춰서기 일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힌두교도들이 ‘성스러운 강’으로 떠받드는 갠지스는 이미 오래 전에 ‘쓰레기 강’이 돼 버렸다.

최근 한 연구기관이 유명 관광지 바라나시 부근의 갠지스 강 수질을 조사한 결과, 물 100mL당 대장균 박테리아 2만9000마리가 검출됐다. 인도 정부의 안전 기준인 100mL당 최대 500마리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오염은 하류로 내려갈수록 더 심해진다. 산업 폐수가 흘러드는 지류와 합류한 뒤에는 박테리아 숫자가 100mL당 1000만 마리에 달했다.

수질 오염은 질병 창궐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4년 한 해 인도 사망자 1000만 명 가운데 50만 명 이상이 수인성 질병으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인도 정부도 최근 팔을 걷어붙였다. 세계은행의 지원을 받아 갠지스 대청소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40억 달러(약 4조5700억원)를 들여 2020년까지 갠지스로 흘러드는 모든 오·폐수를 정수한다는 계획이다. 맘모한 싱 총리는 지난해 여름 갠지스 정화를 국가우선과제로 선정하기도 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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