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실용] 행복을 만드는 삶의 연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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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잭, 90일 만에
성자가 되어 돌아오다
로빈 샤르마 지음, 한정석 옮김, 이가서, 252쪽, 9800원

한껏 무거워진 것들이 땅으로 떨어짐을 감행하는 시간. 그 시간을 우린 가을이라 부른다. 그리고 지금이 그 때다. 허공에 매달린 채로 세상 모든 열매들이 희망하는 한 가지. 그것은 다시 땅 속으로 제 몸을 숨겨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우리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정작 자연의 순리 속에서 행복을 찾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리더십 전문가가 쓴 이 책은 현대인들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이며 그 대안은 무엇인지를 밝히는 일종의 행복 가이드다.

그런데 그 내용과 형식이 어딘가 익숙하고 친근하다. 순례자(주인공 잭은 성공을 바라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어느 날 잭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그때까지 헛살아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곤 자신을 찾기 위해 세계 각지로 순례를 떠난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우리는 우리의 행복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살포시 깨닫게 된다.

‘지구촌 리포트’를 진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나라 밖 풍경과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삶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게 된다. 그 때마다 나는 꼭 배우는 게 있다. 그것은 해박한 여행상식도 아니고 복잡한 국제정세도 아니다. 바로 타인들의 삶 속에 비친 내 삶의 모습이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통해 바라보기 때문에 더 행복해지려면 우리 자신의 유리창을 맑게 닦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 책을 소개한 문구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마음의 부자가 되는 삶의 연금술’. 그러나 이 책은 부자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이 더 가난해지길 바라는 책이다. ‘부처를 만나거든 부처를 죽이라’는 『임제록』의 한 대목처럼 외부를 향한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때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 이것 또한 자연의 순리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새겨야할 말이다.

“신이 인간의 교만을 노여워해 인간이 갖고 있던 것 중 가장 고귀한 것(신성)을 빼앗아 어딘가 숨겨 놓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땅 속도 산꼭대기도 심해 속도 인간의 손이 뻗치는 곳이었다. 고민 끝에 신이 찾아낸 곳이 바로 사람들의 마음속이었다. 왜냐하면 인간들은 자기 마음속을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신이 숨겨 놓은 그 소중한 것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가을이 깊다.

김상운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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