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내가 아는 역사가 진실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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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 유모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지음, 백은실 옮김, 한길사, 225쪽, 1만2000원

악당·악녀는 복권되고 영웅·현자는 그 치부를 드러낸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가 ‘발칙한 상상력’으로 서양사를 장식한 문제 인물들을 재해석했다. 그녀 나름의 이른바 ‘과거사 진상규명’이다. 물론 이 가공의 이야기 속에서 숨겨진 역사의 ‘진상’을 발견할 수는 없다. 다만 부실한 사료 속에서 매도되거나 신격화되기만 했던 역사적 인물들, 그들이 빼앗겨 버린 세속적 삶의 ‘잔상’을 떠올리는 재미는 만만치가 않다.

▶ 전쟁터로 떠난 오디세우스를 기다리며 구혼자들을 거절하는 페넬로페. 워터하우스작‘페넬로페와 구혼자들'

『살로메 유모 이야기』는 12편으로 구성된 짤막한 이야기들이다. 오디세우스·살로메·예수·브루투스·칼리굴라·네로 등 10여명을 다룬다. 그들의 부인·어머니·동생 등의 입을 빌려 전설이나 신화가 된 그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방식이다.

트로이 전쟁의 지략가 오디세우스. 그의 지략으로 10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나 신의 노여움을 사 또 다시10년의 모험 끝에야 귀향할 수 있었던 이타카의 왕. 그는 10년의 표류생활 내내 아내 페넬로페를 잊은 적이 없으며, 고국에 돌아가고 싶어 눈물을 흘리며 지냈다고 한다. 과연 그랬을까? 페넬로페의 입을 빌려 이야기를 들어보자.

“제 남편 오디세우스와 부하가 표류했다는 곳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한결같이 관능적인 지중해, 그 중에서도 풍광이 뛰어나고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곳뿐일 수 있겠습니까.”

오디세우스는 그 많은 전리품을 싣고 숱한 여인을 탐하며 거하게 바람을 피우고 돌아와서는 속이 뻔한 거짓말을 한바탕 늘어 놓은 ‘부정한 남편’이 아니었을까. 의붓 아버지 헤로데 왕의 연회에서 춤을 춘 대가로 세례 요한의 목을 요구한 악녀 살로메는 어떤가. 그녀는 선동가 요한을 처형하자니 유대 민중의 반발이 두렵고, 살려 두자니 로마의 책임 추궁이 두려워 갈팡지팡하던 아버지를 위해 스스로 ‘악역’을 맡은 효녀였다고 그녀의 유모(乳母)는 증언한다.

그렇다면 시오노 나나미가 속삭이는 이야기들은 정말 사실일까? 물론 이는 야사(野史)도 아닌 위사(僞史)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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