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 볼만한 영화] '키리쿠와 마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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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키리쿠와 마녀' (미쉘 오슬로 감독.각본)는 좀 색다른 애니메이션이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프랑스 작품으로 1998년 개봉 당시 1백60만명(유럽 5백만명)이나 동원했다.

다듬이질을 연상시키는 토속적인 아프리카 리듬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디즈니 영화와는 완전히 달라 관객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과장된 감정이 넘치는 디즈니 영화와 달리 '키리쿠…' 의 인물들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감정을 절제하기 때문. 74분 내내 마치 예쁜 그림에 간략한 줄거리만 서너줄 쓰여 있는 그림동화책을 한장 한장 넘기는 느낌이다.

루소나 고갱의 그림처럼 강렬하고 아름다운 화면에 줄거리 전개에 꼭 필요한 대사만 등장한다.

배가 불러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한 여인의 뱃속에서 "엄마, 날 세상으로 내보내주세요" 라는 꼬마의 소리가 들린다.

"뱃속에서 말 할 수 있는 아기는 세상에도 혼자 나올 수 있다" 는 엄마의 대답에 꼬마는 스스로 탯줄을 끊고 나와 "내 이름은 키리쿠" 라고 말하면서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끊임없이 묻는다.

어른의 발목 높이 밖에 안되는 아주 작은 키의 키리쿠는 마을의 유일한 남자인 막내 삼촌의 목숨을 구하고, 뗏목과 나무로 위장해 어린이를 납치하려는 사악한 마녀 카라바의 계략도 막아낸다.

결국 아버지가 남긴 칼 한자루를 들고 금지된 산을 넘어 카라카의 비밀을 알고 있는 할아버지를 찾아나선다.

아프리카 조각상에서 영감을 얻은 '물신' 캐릭터 등 아프리카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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