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집에서 해먹는 제품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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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경기 불황으로 외식비를 줄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대신 집에서 빵이나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재료와 기구들이 잘 팔린다.

최근 제일기획이 서울.수도권 주부 7백명을 대상으로 "불황기에 생활비 중 무엇부터 줄이겠느냐" 고 조사한 결과 외식비.경조사비.통신비 순으로 나타났다.

TGI프라이데이스.베니건스 등 유명 외식 업체의 매출 신장률이 상반기 20%선에서 10월 이후 한자릿수나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반면 집에서 빵을 굽거나 서양 음식을 해먹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외식 재료.조리제품이 잘 팔린다.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에서도 서양식 요리.제빵 강좌가 인기다.

이마트의 여한수 부장은 "서구식 재료나 요리기구를 찾는 고객이 부쩍 늘고 있다" 며 "식품매장에서 이들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15%에서 20%로 늘릴 계획" 이라고 말했다.

◇ 외식메뉴 호황〓반죽해 오븐에 넣기만 하는 믹스 제품이 잘 나간다. 이마트 전점포에서 월 평균 1억원이던 매출액이 최근 2억5천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특히 연말 가정 모임이 많아지면서 이달엔 3억원을 기록했다. 마그넷도 10월 이후 매출액이 월평균 1억원대로 상반기보다 60% 증가했다.

도넛.팬케이크 등 전통적인 믹스 가루와 피자빵.옥수수빵.스폰지케이크.쿠키.머핀 믹스까지 다양하다.

각종 소스류 판매도 늘었다. 피자.스파게티 소스 매출액은 이마트 매장 전체에서 월 평균 3천5백만원 정도였으나 지난달 5천만원으로 40% 이상 증가했다.

스파게티.피자 소스와 스테이크 소스, 튀김용 타타르 소스도 잘 팔려 홈플러스에서 10월 이후 월 매출액만 7백만원을 넘고 있다.

서울 광장동 현대아파트 상가에서 빵 재료와 중국.일식 요리 소스류 판매와 요리강습을 전문으로 하는 점포 '브레드 바스켓' 의 경우 10월부터 매출액이 30% 이상 늘었다.

조명희 사장은 "빵과 쿠키를 만드는 강습을 하면 하루 10명 정도 참가했으나 10월 이후 수강 문의가 하루 20여건에 달하는 등 주부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의 '믹스 앤 베이크' 매장은 빵.쿠키 등 17종의 반죽을 파는데 7천원 정도로 10~20개의 빵을 만들 수 있다.

빵틀.집게.오븐장갑 등 1천3백여개 소품도 판다. 지난달 매출액이 2천3백만원으로 10월보다 50% 늘었다.

행복한세상의 케이크 용품 전문점인 케익프라자에서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2만원짜리 생크림.초콜릿 케이크가 하루 1백여개 팔린다.

◇ 조리용품도 인기〓10월부터 40만원대 실속형 오븐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증가했다. 9월까지는 70만~1백만원짜리 고급품이 잘 팔렸다.

하이마트의 김유신 과장은 "주로 30대 주부들이 초등학생 자녀에게 간식을 만들어 주기 위해 실속형 오븐을 많이 찾는다" 고 말했다.

스파게티면을 삶을 때 쓰는 국자, 빵을 구울 때 사용하는 빵틀, 별이나 동물 등 다양한 모양의 쿠키틀.피자칼 등 서양식 조리기구 판매량도 10월 이후 증가 추세다.

이마트에서 상반기 월평균 2천만원선에 그쳤던 서양식 조리기구 매출액은 10월 이후 4천만원선으로 늘어났다.

매장에서 이들 상품을 진열한 공간도 상반기 10%에서 최근 30% 이상으로 늘어났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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