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전국 도시 평가] 권용우 평가단장 총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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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995년 민선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단체장들의 '표' 를 의식한 정책때문에 지역개발 논리가 성행하고 있다. 마구잡이 국토개발은 이러한 왜곡된 분위기가 낳은 기형적 현상이다.

그러나 작용은 반작용을 불러오는 법이다. 아직은 초보 단계지만 한계를 벗어난 개발은 파괴와 다름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삶의 쾌적성과 도시의 건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연환경의 수용 능력 안에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우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중앙일보와 학계.경실련 등이 공동 실시한 도시대상 평가는 이처럼 '지속가능한 도시' 가 나아갈 지향점을 설정하고 삶의 질 향상에 애쓰는 지자체에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평가는 몇가지 점에서 과거의 것과 구별되며 무엇보다 지난 3년간의 도시관리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했다는 것이 최대 특징이다.

때문에 과거의 누적된 실적으로 평판이 높았던 도시라도 최근의 노력이 부족할 경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런데 자료 검토와 실사(實査)를 통해 평가단은 예상과 달리 많은 지자체가 개발 일변도에서 지속가능한 관리쪽으로 행정의 초점을 옮기려는 노력을 시작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도시운영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뜨거운 열정을 가진 단체장들도 만날 수 있어 도시의 미래에 희망의 빛을 비춰주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의식과 실천의 괴리 등으로 인해 우리 도시들의 21세기는 반드시 긍정적이지 만은 않았다.

친환경적인 도시를 위해서는 용적률을 낮추고 생태공원 등을 조성해야 한다는 원론에 동의하면서도 실제로 이를 시행하는 곳은 적었다.

개성이나 독자성이 추구되기보다는 모든 도시가 획일적인 방식을 답습하는 경향도 보였다. 더욱이 자족성 확보는 완전한 지방자치 실현의 전제가 되는데도 도시경영 비전이 부족해 이를 경시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이번 도시대상 평가에 적용된 6개 부문과 관련, 하위 지표들은 앞으로 도시개발 및 관리의 방향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

우선 중앙정부는 자치단체장에게 권한을 더욱 위임해야 한다. 지방행정 수준을 골고루 높이기 위해서는 독립성을 보장해 지역특성을 최대한 살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잘하는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더불어 주민들도 이기적인 주장에서 벗어나 도시를 공동체의 장으로 승화하는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도시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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