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기금 국회 사전보고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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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가 남북협력기금 출연액 5천억원을 원안 통과시키면서 '일정액 이상의 사용 전 보고를 의무화' 한 것은 교류 확대의 현실과 국회의 견제 기능을 조화시킨 타협의 산물로 이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급진전을 감안, 돈은 쓰되 대규모 사업은 국민 동의를 얻으라는 뜻" 이라고 요약했다.

'국회 보고' 가 사용 여부를 결정할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적잖은 심리적 압박과 견제 요인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출연금 5천억원은 1995년 쌀 15만t을 지원하기 위해 출연한 2천4백억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액수. 98, 99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때문에 한푼도 없었고 올해도 1천억원에 불과했다.

한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3천5백억원까지 깎여 통과된 출연액이 예결특위에서 원안대로 통과되는 대신 야당의 '사전 보고' 아이디어가 막판에 교환됐다.

보고의 대상은 통외통위나 여야 의원 17명으로 구성되는 '남북관계발전특위'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당국자는 "사전 보고가 필요한 사용액의 기준은 향후 국회와 협의해 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내년도 남북협력기금의 집행액은 올해 이월액 1천1백5억원을 포함해 총 9천3백54억원. 가장 큰 용처는 5천5백25억원이 배정된 '민족공동체 회복 경상 지원' 항목이다.

1천억원이 예상되는 경의선 복구.도로 연결은 물론 이산가족 상봉 경비, 당국간 합의 사업, 인도적 대북 지원 사업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대북 전력 지원이 이뤄질 경우 사용될 돈이지만 야당의 강한 반발로 성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기관 지원' 용으로 62억원이 배정된 대목도 눈길. 북측과 청산결제 합의서를 체결한 뒤의 변화상을 반영한 대목으로 대북 사업체에 대한 은행의 저리 대출이나 미결제 채권 인수 등 손실보전에 쓰일 보호장치인 셈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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