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도둑맞은 김가빈양에 온정 손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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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희망으로 맞은 새 천년의 첫 성탄절. 그러나 캐럴이 사라진 거리에는 실직과 부도의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호황을 기록한 백화점의 성탄 세일 뒤켠에 겨울나기를 걱정하는 영세민과 노숙자의 모습이 비치고, 흥청망청 망년회의 뒤안길에는 구조조정에 내몰린 샐러리맨들이 서 있다.

국민.주택은행 노조원 8천여명은 차가운 농성장에서 성탄 전야를 맞았다. 하지만 희망의 빛

은 있었다.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은 구세군 자선냄비에 지난해보다 15% 이상 많이 쌓였다.

15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백만원씩 기부한 얼굴 없는 독지가가 올해도 다녀갔다.

암 투병 어머니를 모시는 부산의 김가빈양은 전국에서 답지하는 격려의 손길에 성금 도둑으로부터 입은 상처가 아물고 있다.

도둑맞은 어머니의 치료비를 찾게 해달라며 김대중 대통령에게 편지를 쓴(본지 12월 23일자 31면) 김가빈(8.부산 Y초등2)양에게 24일 '크리스마스 온정' 이 잇따르고 있다.

金대통령은 23일 가빈양에게 위로의 서신과 금일봉을 전달했다.

金대통령은 서신에서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막막하면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겠느냐" 며 "가빈양의 갸륵한 정성이 마음에 와닿는다" 고 말했다.

또 "따뜻한 마음,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는다면 좋은 일만 있을 것" 이라고 격려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가빈양의 집을 방문해 앞으로 가빈양의 학비와 어머니의 병원비를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30대 주부는 "가빈양 사연을 신문에서 읽고 밤새 울었다" 며 "도둑맞은 1백97만원과 생활비 30만원을 주고 싶다" 는 뜻을 본사에 밝혔다.

한 초등학교 1학년생도 "돼지저금통을 주고 싶다" 고 알려왔다. 본지와 가빈양 집에는 40여통의 위로 전화.서신이 답지했다.

암에 걸린 어머니 金성은(35)씨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아 힘을 얻게 됐다" 며 눈물을 글썽였다.

가빈양은 어머니의 치료비로 오빠 보석(13)군의 급우들이 모아준 성금(1백97만원)을 지난 15일 도둑맞자 金대통령에게 편지를 썼었다. 아버지는 최근 빚을 고민해오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도움주실 분 : 농협 121071-52-149026.김가빈>

이경희 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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